3인조 인디밴드 스탠딩에그가 소셜미디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본따 만든 피규어(figure·모형 인형)를 소장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가 ‘김정은 미화’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스탠딩에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김정은의 모습을 본따 만든 피규어 사진을 올리며 "이거 간만에 소장욕 폭발. 너무 귀엽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스탠딩에그 팬이라는 설도 있었죠"라고 적었다.
이 피규어는 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열리는 '북조선 판타지'라는 전시회의 작품 중 하나다. 전시회 측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정전 65주년을 맞아 분단 2세대 대한민국 청년 예술가의 언어를 빌려 북한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스탠딩에그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네티즌 사이에선 "(김정은에 대한) 지나친 미화다", "남북이 화해 분위기라고 해도 선을 넘은 것 같다", "‘히틀러 피규어’를 귀여운 모습으로 만든다면 그것도 소장하고 싶다고 할 거냐" 등 비판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탠딩에그는 글을 삭제한 뒤 지난 11일 사과문을 올렸다.
스탠딩에그는 사과문에서 "얼마 전 한 순수미술 전시의 제목과 일자를 함께 올리며 그곳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인 ‘KIM’이라는 피규어 작품에 대해 귀엽고 소장하고 싶다는 소감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작품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표현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저는 이 작품을 종북·친북 성향의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위트와 풍자가 담긴 팝아트라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스탠딩에그는 "그러나 제 생각이 짧았다. '김정은'이라는 존재가 어떤 상징성을 가지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제가 정치적으로 무지했던 점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며 "그저 요즘 남북의 화해무드를 환영하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탠딩에그는 "이 일로 누군가 상처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한 점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많은 분에게 실망과 충격을 드릴 줄 몰랐던 점, 경솔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 2010년 데뷔한 스탠딩에그는 '예뻐서 그래', '오래된 노래' 등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멤버들은 에그1호·에그2호·에그3호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개인신상을 감춘 채 소속사 없이 자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