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큐!"
율동교사가 영어 노래를 틀자, 아이들은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춤추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노랫말이 모두 책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로잔 랜잭 윌리엄스(Rozanne Lanczak Williams) 작가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부 이상 판매된 유아 영어도서 시리즈 '런투리드(Learn to Read)'의 저자다. 윌리엄스 작가는 '노래 부르는 영어동화(노부영)'를 제작한 제이와이북스의 초청으로 지난달 25일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행사에 참여했다.
◇외국어는 소리로 배워야… 노래가 좋은 방식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영어를 공부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영어 가사를 흥얼거렸다. 학부모 참가자 한우택(35)씨는 "아이가 마냥 춤추며 노래하는 것 같은데 영어 실력이 느는 게 신기하다"며 "아이에게 별다른 기대 없이 '이 단어가 무슨 뜻이지'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아이가 이미 의미를 파악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작가는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중요한 건 '소리'라고 귀띔했다. 그는 "어른과 달리 아이는 주로 소리로 언어에 접근하기에, 아이가 외국어를 익히기를 바란다면 해당 언어 소리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며 "그중 노래는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좋은 방식이다. 아이는 노래를 통해 말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말할 줄 알면 읽는 법도 익힐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문자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아이는 흥미를 잃고 영어를 지겨운 공부 대상으로 여기기 십상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노래로 영어를 배우면, 아이는 억양이나 리듬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노랫말을 반복해서 따라 부르면, 자연스럽게 원어민과 같은 억양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노랫말이 될 책의 문구를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리듬을 살린 구문을 만드는 겁니다."
◇'읽는 척' 연습 필요… 모른다고 꾸짖지 말아야
윌리엄스 작가는 노래를 부를 때 책을 보면 효과는 배가된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문자에도 익숙해질 수 있어서다. 그는 "책에는 노랫말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어, 아이가 영어를 모르더라도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이해했다면 책에 써있는 문자를 보면서 'the'라고 써있는 단어는 '[더]'라고 발음하는 것임을 추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접할 때 중요한 건 '읽는 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이가 모든 단어를 다 읽을 수는 없기에, 아는 단어를 중심으로 읽으라는 얘기다. "초등학교 단계까지 책의 75% 정도는 같은 단어가 반복됩니다. I like, let's go, how can과 같이 쉬운 말들이죠. 책을 자주 보다 보면 이런 말은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의미를 유추할 수 있어요. 이러한 단어나 구절을 중심으로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윌리엄스 작가는 아이가 읽을 수 있는 단어가 생기고 나면 그 이후부터 영어에 자신감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아홉 살 딸을 둔 김혜경(44)씨는 "반복해서 책을 보기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읽을 줄 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읽을 줄 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더 많은 단어를 읽고 싶어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때 부모가 주의할 점이 있다. 윌리엄스 작가는 "모르는 걸 꾸짖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모든 단어를 읽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오히려 부모가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면, 아이는 언어에 흥미를 잃습니다. 아이를 재촉하지 마세요. 앞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세요."
◇소리 익힌 후 파닉스 가르치면 효과↑
윌리엄스 작가는 "아이가 단어의 소리를 외워 어느 정도 책을 읽었다면, 파닉스를 통해 영어를 읽는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며 "왜 이런 모양에서 이런 발음이 나오는지 깨달을 때,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폭발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제이와이북스 본부장은 "소리가 비슷한 단어를 반복해, 말놀이 하듯이 파닉스를 익히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따라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읽는 법을 배우고 책을 더 읽고 싶어할 때는, 동화책의 난도에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작가는 "갑자기 난도가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영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아주 조금씩 어려워지도록 학습 자극을 줘라"라고 말했다.
"즐기며 영어를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책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보다는, '책 표지를 보고 어떤 게 떠오르니?' '제목을 보니 무슨 내용일 것 같아?'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아이가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