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프레임 만드는 시늉을 하더군요."
9일 오후 서울 중구 마른내로 명보아트홀에서 열린 '제8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배우 신성일을 대신해 상을 받은 엄앵란이 소감을 말했다. 공로예술인 부문에 선정된 신성일은 지난 4일 별세했다. 아내인 엄앵란은 "죽을 때까지 영화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편 본인이 와서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제4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제가 같은 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남편까지 받게 됐다"며 "부부 수상자로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신영균 명예이사장, 안성기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예술인상은 지난해까지 영화 부문 대상을 포함해 연극, 신인 배우, 선행 예술인(또는 공로 영화인) 부문까지 4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상 부문을 별도로 선정하지 않고 5개 부문으로 시상제도가 바뀌었다.
영화예술인 부문에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두 편을 모두 천만 관객 영화로 성공시킨 김용화 감독이 선정됐다. 김 감독은 "과거 영화과 교수님이 감독이 힘든 건 현장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다 하는 척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라 하셨다"며 "훌륭한 스태프와 배우가 없었다면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연극예술인 부문에 선정된 배우 전무송은 "56년 동안 아름다운 배우가 되기를 목표로 하며 힘이 들 때마다 그 꿈을 먹으며 달려왔다"며 "이 상으로 그 꿈을 인증받아 감사하다"고 했다.
유지태·김효진 부부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를 돕고 미얀마 유치원·초등학교 설립에 참여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굿피플예술인 부문에 선정됐다. 유지태는 "남들을 돌아보며 살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사회 공헌과 복지 선순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효진은 "부부가 돼 좋은 일을 함께하니 기쁨도 배가 된다"며 "좋은 일에 쓰라고 준 상금이니 좋은 일에 쓰겠다"고 했다. 이번 시상식의 각 부문 상금은 2000만원이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연출해 독립영화예술인 부문에 선정된 신동석 감독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으며 영화를 완성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며 "신성일 선생님처럼 영화에 헌신한 이가 아니었으면 독립영화도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다른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배우 이영애는 후배 영화인 육성에 힘써 달라며 신영균문화예술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