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금 조(條)로 주식을 받은 적이 있다. 어쩌다 한두 해 묵혔더니 값이 너덧 곱절 뛰는 게 아닌가. 얼씨구나 팔았다. 본전도 어렵다는 둥 어떻다는 둥 액면가에 털어버린 사람들 비웃으며. 주가는 그러고도 다시 열 배가 넘었다. 비웃음이 쓴웃음으로 바뀔 수밖에.
이런 선택은 잘될 확률이 50%나 되지. 요즘 학생들은 확률 20%짜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른바 '오지선다형'. 한데 답 하나 고르기를 왜 선일(選一)이나 택일(擇一)이 아니라 '선다(選多)'라 할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선다형(選多型)'을 '셋 이상 항목 중 정답 또는 가장 적당한 항 고르기'라 한다. '여럿(多) 가운데서 고르기(選)'라는 뜻으로 만들었거나 '고를 게(選) 많은(多) 유형'이라는 어순 그대로 한자로 옮긴 모습이다. 복이 많으면 '복다'가 아니라 '다복(多福)', 수가 많으면 '수다'가 아니라 '다수(多數)' 하면서…. 그래서 선다는 '여럿 고르기'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여럿 개념인 '오지(五枝·다섯 갈래/보기)'에 '多'까지 끼어들어 '오지선다'는 여러모로 헷갈린다.
수능시험 문제지에도 이 표현이 나온다. 고등학교는 그럼? 여덟 곳 시험지를 살펴보니 다섯 곳이 '선택형'이라 썼다. 두 곳이 '객관식' 한 곳만 '5지선다형'. 뭔가 얄궂어 사전을 다시 뒤졌다. '다지(多枝)선택법'이란 말을 이렇게 풀이했다. '셋 이상의 항목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정답을 고르게 하는 시험 방식.' 그렇다면 오지선다는 '오지선택'이나 '오지택일' 해야 제대로 된 말 아닐까.
그나마 '오지'의 肢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최근에 枝로 바로잡았다. 상당수 사전이 예문에서 잘못 쓰는 肢는, 사지(四肢)·지체(肢體)에서 보듯 '팔다리'를 가리키는 글자. '가지 枝'와는 엄연히 가려 써야 한다.
수능이 이제 엿새 남았다. 다들 오지선다 굴레에서 잘 빠져나오기를…. 그렇게 들어간 대학 간판 굴레도 좀 헐거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