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희 기자] '백일의 낭군님'을 연출한 이종재 PD가 tvN 드라마 역대 4위 시청률부터 스타 PD라는 수식어까지, 다양한 생각을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이율(도경수 분)이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남지현 분)과 100일의 로맨스를 펼치는 내용의 드라마다.

첫 방송부터 5.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 마지막회가 14.4%라는 tvN 드라마 역대 4위 시청률를 나타낸 이 작품은 수많은 유행어와 웃긴 '짤'들을 탄생시키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 이에 OSEN은 '백일의 낭군님'을 연출한 이종재 PD를 만나 다채로운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예상하지 못한 시청률, 정신이 멍해졌을 정도."

먼저 이종재 PD는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힌 뒤, "잘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청률이)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tvN 드라마 '또 오해영' 때도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지만 가편집을 보고 '잘 될 것 같다'는 생각 정도는 했는데 '백일의 낭군님' 때도 똑같은 느낌이 오더라. 그런데 시청률이 이 정도로 가파르게 오를지는 몰랐기 때문에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사실 10%를 돌파했을 즘에는 부담감도 생겼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 비결에 대해 "저랑 작가님이 가장 처음 합의했던 게 '착한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과 일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다행히 그런 분들이 모여 시너지가 잘 발휘된 것 같다. 제 촬영 원칙 중 첫 번째가 사고가 없는 거고 두 번째가 즐겁고 행복한 거다. 그다음이 시청률인데 이건 하늘에게 맡긴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고 실제로도 현장에서 많이 웃었다. 이런 강점이 성공 비결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해 이해를 돕기도.

이 외에도 이종재 PD는 "우선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셨고 그다음으로 배우들이 잘 표현해줬다. 저는 배우들을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더라. 현장에서 봤을 때 동화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모습이 우리 드라마의 특색이 된 것 같다"며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을 작가와 배우들의 공으로 돌려 훈훈함을 자아냈다.

▲ "신뢰 주고받은 도경수, 좋은 배우 될 것."

'백일의 낭군님'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에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이율 및 원득 역을 맡은 도경수는 기대 이상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도경수 열풍'을 일으킨 상황. 하지만 그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극과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캐스팅 당시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종재 PD는 "도경수 씨가 아이돌이긴 하지만 배우의 길을 좋아하는 친구고 인정도 받았던 친구라 캐스팅에 두려움은 없었다"면서 "다행히 기대에 부응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에서도 (연기를) 잘 했다고 하더라. 그만큼 연기에 있어선 충분히 인정받은 친구다. 현장에서도 아이돌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말이 없고 진중한 성격이다. 무게감이 있으면서 맑다. 저는 그래서 더 좋았다. 이율과 원득의 측면을 둘 다 가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도경수 씨가 초반에 대본 연습이 끝나고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더라. 그래서 저 또한 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드라마 때문에 만나긴 했지만 내가 너를 믿고 네가 나를 믿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이다. 연기, 연출을 잘 하고 못하고는 두 번째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뭘 하더라도 진정성이 생길 것 같더라. 그렇게 대화를 나눴는데 도경수 씨가 바로 호응해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남지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지점에서 두 사람이 생각보다 어른스럽게 느껴졌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 "공들인 키스신, 계획했던 대로의 엔딩."

방송 내내 아름다운 장면이 가득했던 '백일의 낭군님'. 이는 더 좋은 장소에서 찍고자 했던 이종재 PD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이종재 PD가 가장 공들인 장면은 다름 아닌 주인공 도경수와 남지현의 키스신이라고. 이종재 PD는 "원득이와 홍심이의 감정신은 상의도 많이 했고 시간도 가장 많이 들였다. 아무래도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혀 흥미를 높였다.

특히 그는 "사실 도경수 씨와 남지현 씨가 첫 키스신을 찍을 때 많이 어색했을 거다. 제가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컷을 안 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NG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났다. 오히려 다들 집중한 상태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이어 이종재 PD는 궁이 아닌 송주현에서 마무리된 결말에 대해 "결말은 작품 초반 작가님이 계획했던 그대로 완성됐다. 애초에 홍심이 집 마당에서 드라마가 끝나는 걸로 이야기됐고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서운하거나 하진 않다"라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 "스타 PD NO, 드라마의 일원이자 연출자일 뿐."

이번 '백일의 낭군님'으로 단숨에 이름을 알리게 된 이종재 PD. 하지만 그는 스타 PD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타 PD라는 걸 잘 모르겠다. 제가 연출한 다음 드라마가 잘 안되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저는 제 이름을 가지고 연출을 하는 사람이고 이번 작품이 잘 돼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연출자이지 스타 PD는 아니다"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종재 PD는 "저는 일이 좋아서 즐기려고 하는 사람이다. 스타 PD라는 수식어는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다. 그냥 연출자로만 알려졌으면 좋겠다. '백일의 낭군님'은 저 혼자 잘 해서 된 게 절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힘이 모아져서 탄생했다. 드라마가 스타가 된 거지 저는 그 일원일 뿐이고, 시청자분들의 마음을 대표로 받아서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싶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함께하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잘 됐으면 좋겠다. '저 사람이랑 하니까 즐거웠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다'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며, "아직 '백일의 낭군님'의 여운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은 앞으로 어떤 작품과 배우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도 부담도 된다. 이건 제가 빨리 정리해서 떨쳐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됐든 좋은 작품이 오면 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져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 nahee@osen.co.kr

[사진] CJ ENM 제공, '백일의 낭군님'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