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에 투표하라(Vote R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 여사가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6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을 자신의 계정에 리트윗(공유)하며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라고 했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중간선거 날인 2018년 11월 6일 트위터에 올린 글. 멜라니아는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의미로 ‘Vote Red’라고 썼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쓴 표현이다.

멜라니아는 왜 레드, 즉 빨간색을 찍으라고 했을까.

빨간색은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따라서 빨간색을 찍으라는 건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을 입을 때 빨간색 넥타이를 주로 맨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는 흰 글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빨간색 모자를 쓰고 유세장을 누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쓰인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은 파란색이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파란색 옷을 입고 유세장에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도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유세 지원에 나섰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8년 만에 다수당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물결)’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하원 435석 중 193석을 갖고 있는데, 218석이 되면 과반을 차지해 다수당이 된다.

2016년 7월 27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파란색 넥타이를 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파란 상의를 입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처음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장하는 색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정해졌던 건 아니다. 1976년 처음으로 ‘선거 지도’를 만든 NBC방송은 지금과 반대로, 민주당을 빨간색, 공화당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이는 영국 방식을 따랐기 때문인데, 영국에서는 진보 성향 노동당이 빨간색, 현 체제 유지 성향의 보수당은 파란색으로 표현된다.

당시만 해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징 색깔이 하나로 완전히 결정되진 않았다. 방송국마다 다른 색을 쓰기도 했다.

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공화당=빨강, 민주당=파랑’이란 공식이 자리를 잡은 건 조지 W 부시(공화당)와 앨 고어(민주당)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때부터다.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는 이때 처음으로 양당에 이 공식을 적용한 선거 지도를 만들었다.

당시 NYT의 수석 그래픽 편집자였던 아치 체는 공화당을 빨간색으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레드(red)의 첫 글자는 ‘r’이고 공화당(Republican)도 ‘R’로 시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빨강과 파랑이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을 표현하는 색으로 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CNN이 2018년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먼저 끝난 플로리다주의 투표 예상 결과를 전하고 있다. 화면 속 파란색은 민주당, 빨간색은 민주당을 뜻한다.

미국은 공화·민주 양당 체제이기 때문에 선거철이면 미국 방송 화면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 찬다. 미 전역의 선거구는 각 정당 지지도에 따라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갈린다. 유세장 역시 각 정당을 지지하는 색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부 지역은 보라색으로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는 뜻이다. 이런 지역은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왔다갔다한다. 이때문에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을 때 나오는 보라색, ‘퍼플 스테이트’라고도 한다. 플로리다·오하이오·버지니아·콜로라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아이오와·뉴햄프셔 주가 대표적인 퍼플 스테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