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상징 박힌 수능세트 불티
연대 도서관 의자·고대빵도 잘 팔려
명문대 중앙도서관 '백색소음'도 인기

지난 5일 정오쯤 서울대 학생회관 2층 기념품 가게는 지긋한 중년층으로 북적였다. 서울대 기념품 가게에는 로고가 박힌 초콜릿 등을 파는데 학기 중에 재학생이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게를 찾은 것은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대다수였다. 이날은 수능 10일 전이었다.

서울대 기념품을 구입한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희재(46)씨 얘기다. "(아이가) 찹쌀떡 같은 건 안 먹는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수능 당일에 유용하게 쓸 물건을 사주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꼭 서울대 가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서울대 상징인 ‘샤’ 마크가 있으면 왠지 좋은 기운을 받아 시험을 잘 볼 것 같아서요." 서울대의 초성 ‘ㅅㄱㄷ’을 형상화한 정문 조형물은 ‘샤’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서울대에서 학교 로고가 붙은 필기구와 핫 팩 등이 포함된 ‘수능용 선물 세트’를 팔고 있다.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은 ‘수능세트’였다. 수능세트는 서울대 상징이 박힌 컴퓨터용 사인펜, 핫 팩, 수정테이프, 지우개, 볼펜 등을 하나로 묶어 파는 패키지 상품이었다. 수능세트 하나 가격은 9500원. 수능시계, 서울대 머그컵, 열쇠고리, 독서대 등도 인기상품이라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연세대 도서관 의자’라 이름 붙은 물건이 팔린다. 개당 18만~20만원 선이다. 연대 측에 의자를 납품하는 사무용 가구업체가 동일제품을 온라인 쇼핑몰에 내놓은 것이다.

이 의자를 구입했다는 한 수험생은 "왜 연세대 의자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아픈 것조차 잊게 된다"는 구입 후기를 올렸다.

고려대는 ‘빵’이 많이 팔린다. 포장지에 고려대 마크가 박힌 마카롱 세트, 찹쌀떡 세트인데 수능 직전에 선물용으로 인기다. 고려대 재학생 이지은(22)씨는 "과외 하는 학생에게 ‘후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선물했는데 굉장히 좋아했다"라며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심적으로 불안감을 없애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서울대학교 도서관 ASMR 영상.

심리적 불안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명문대 도서관 내부 소음을 녹음한 영상도 수험생 사이에서 인기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뜻에서 이것을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법대 도서관의 ‘ASMR’의 경우 2시간 동안 단 한번 재채기 소리가 난다. 무음(無音)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조회수 52만을 넘겼다.

이날까지 유튜브에 게재된 서울대 의대·법대·경영대 도서관에서 촬영한 백색소음 영상은 모두 30여건에 이른다. 올 들어서는 서울대 외에도 카이스트, 연세대 등 도서관에서 촬영한 'ASMR'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명문대 ASMR 영상들 가운데서는 실제 수능 시간대에 맞춰 편집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수능 1교시(국어영역·80분)용으로 서울대 중앙도서관 백색소음을 녹음한다. 국어 영역이 끝난 뒤 쉬는 시간 30분에는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서울대 스터디룸 내부 소음을 재생한다. 이후 수능 2교시(수학영역·100분)에는 서울대 의대 도서관 소리를 들려주는 식이다.

수험생 김우정(19)씨는 "혼자 집에서 공부하며 마음 잡기 어려울 때 명문대 ASMR이 큰 도움이 된다"며 "집중도 잘되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로 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