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일주일에 두 번 '휴식과 노동 사이의 격차'를 실감한다. 토요일을 앞둔 금요일 오후부터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거꾸로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기분이 침몰한다. 조던 매터는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에서 그것을 '환승(transfer)'이라고 표현했다. 평일에서 주말로, 다시 주말에서 평일로.

직장이나 일 근심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뿐이다. 우리에게 토요일이란 무엇인가. 빅데이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주말'은 다음소프트에 의뢰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인스타그램 게시물 7억8337만4660건을 분석했다. 동시에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1만1501명이 응답했다.

숨어 있던 '나'가 깨어나는 날

평일을 열심히 살아온 직장인에게 금요일과 토요일은 모두 '파티'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토요일' 연관어를 파헤쳐 보니 '금요일'과는 전혀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 금요일에는 '불금' '퇴근' '출근' '회식' '발표' '스트레스' '공부' 같은 단어가 많았다. 토요일과 얽힌 건 '날씨' '나들이' '육아' '취미' '휴식' '쇼핑' '드라이브' 등이었다. 다음소프트는 "금요일까진 현실에 묶여 있고 토요일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무언가를 한다"며 "숨어 있던 '나'가 깨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토요일의 비밀은 장소 연관어에서도 발견된다. 금요일에 자주 언급된 장소는 '강남' '이태원' '청담' '홍대'를 비롯해 핫 플레이스들이었다. 반면 토요일의 장소는 '공원' '우리 집' '동네' '한강' '잠실'…. 더 다양하고 더 개인화된다. 금요일에는 밤, 토요일엔 낮을 보내기 적합한 곳들이 뜨는 셈이다.

행동 연관어도 사뭇 달랐다. 금요일은 여전히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날이며 '불태우고' '달리고' '즐기는' 날이다. 주말은 느긋하다. '보내다' '일어나다' '함께하다' '영화 보다' '늦잠 자다' '구입하다' '요리하다' 등이 토요일 인스타그램을 점령하고 있었다. 다음소프트는 "저마다 취향대로 토요일을 보낸다"며 "그렇게 당신 자체가 되는 요일"이라고 했다.

"실컷 자고 빈둥거리고 싶다"

토요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뭘까. 1만1501명 설문조사에서 4227명(37%)이 이 주관식 문항에 '휴식'이라고 답했다. '여유'(13%) '가족'(11%) '자유'(9%) '힐링'(7%) '행복'(5%)이 뒤를 이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30~40대에선 '가족'이라는 응답이 '여유'보다 높았다.

토요일에 하고 싶은 걸 주관식으로 묻자 모든 연령대에서 '잠'이 1위를 천하 통일했다. 모두 4341명(38%)이 토요일엔 무엇보다 늦잠(낮잠)을 자고 싶다고 답했다. 수면 부족은 역시 한국 사회의 문제다. 토요일에 하고 싶은 것 2위는 20~30대에서 '빈둥거리기(멍 때리기)', 40~60대에선 '여행'으로 조사됐다.

토요일에 하기 싫은 것도 물었다. 20~30대는 '회사 일'을, 40~60대는 '집안일(청소·빨래·밥)'을 1위로 각각 꼽았다. 일이 많거나 마감이 걸려 "토요일에도 일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토요일에 지출이 많은 식사는 '저녁'(48%) '점저'(29%) '점심'(16%) '브런치'(7%) 순으로 나타났다.

400년 전 데카르트 철학('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은 요즘 한국인의 주말 라이프에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토요일이 되면 모자란 잠과 휴식을 보충하고 취향을 실천한다. 평소에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것을. 하고 싶었지만 미뤄둔 것을. 따라서 '나에겐 토요일이 있다 고로 존재한다'인 셈이다. 오늘은 당신이 기다려온 그날,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