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부자라는 양진호
그의 웹하드에는 몰카영상이 가득했다
전(前)직원 폭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몰카(몰래카메라)제국의 황제'라고 불린다. 양 회장이 실소유한 웹하드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서 주로 불법촬영물이 거래된다는 의미였다. 웹하드 사업으로 그는 1000억원대 부(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1일 양 회장은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도 양진호 웹하드에서는 여전히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고 있었다. 리벤지포르노·몰카로 추정되는 음란물은 물론, 저작권 위반 영상물도 보였다.
◇ 사이트 첫 화면부터 불법 성인물… 리벤지포르노·몰카 버젓이
기자가 이날 위디스크·파일노리 사이트에 접속하자 첫 페이지부터 '불법 영상물'로 가득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와 성인 영상물이 대부분이었다.
가입절차는 간단했다. 아이디·비밀번호·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약소한 인증’만 거치면 미성년자가 성인물에 접근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위디스크 ‘성인자료실’에 접속하자 ‘노모’ ‘국노’ ‘품번(포르노 영상 고유번호)’ 등의 암호 같은 말들로 가득했다. 노모는 모자이크가 없는 음란 영상물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미국·일본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포르노 영상물이었다. ‘아이돌 닮은꼴’ ‘전직 스튜어디스’ ‘XX녀’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몰카’로 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영상 바깥쪽에 검은색 원형 테두리가 남아 있는 영상물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물에는 포르노 배우가 아니라 평범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등장했다. 사용자들은 "돌격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다운로드 받겠다는 뜻이다.
위디스크에서 파일을 다운로드를 받으려면 결제를 해야 한다. 여기서는 ‘캐시’라는 사이버머니가 결제수단이다. 1캐시는 1.1원으로, 위디스크·파일노리는 1GB(기가바이트)를 다운로드 하는데 100캐시다. 고용량의 저작권법 위반영화·포르노영상 한 편을 다운 받는데 100~400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영상물을 올리거나 내려 받는 모든 행위는 불법이다. 웹하드업체 또한 법적 제재 대상이다.
◇ '몰카제국' 웹하드 업체…제재 사실상 어려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2년부터 웹하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이라는 웹하드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9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46개의 웹하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운영되는 사이트는 53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알 수 없지만 부동의 1위는 위디스크"라면서 "양 회장이 소유한 또 다른 웹하드 업체 파일노리도 2~3위권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이 국내 웹하드 시장을 한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웹하드 업체 측은 "‘금칙어 설정’을 토대로 불법영상물을 걸러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영화 ‘캡틴 하록’을 ‘우주 해적’으로, ‘곰돌이 푸’는 ‘곰. 돌. O l. 푸’ 같은 암호로 올려 금칙어를 회피하고 있다. 웹하드 이용자 유모(29)씨는 "금칙어 설정을 교묘히 피하는 제목으로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이 수없이 올라온다"면서 "이것은 웹하드 업체와 이용자들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일종의 규칙’"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관계 당국도 웹하드 모니터링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토로한다. 매일 수 만건이 넘는 게시물을 하나하나 단속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수사는 경찰, 음란성 판단은 방심위, 저작권 단속은 문체부, 음란물 모니터링은 방통위가 맡는 ‘분점 구조’다. 공동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에 기관마다 ‘발뺌’하기 급급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18명의 인력이 하루 3교대로 모니터링 하지만 100% 걸러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명확한 불법 음란물은 삭제를 요청하지만, 삭제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 불법영상물 유포 등의 혐의로 양 회장에 대해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성남시에 있는 웹하드업체 사무실과 양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양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 직원 폭행 혐의 등의 각종 죄목을 전담 수사하는 합동수사팀도 구성됐다. 여기에는 모두 42명의 형사·수사관이 투입됐다.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웹하드는 제휴를 맺은 합법적 콘텐츠와 불법 자료가 혼재돼 있어 무작정 폐쇄는 힘들다"며 "불법적인 유통 과정에 초점을 맞춰 엄정히 수사한 뒤, 관계 당국과 협조해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