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金庸⋅김용)이 30일 홍콩 양허(养和)병원에서 94세의 나이로 타계한 이후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한 시대가 끝났다"며 그를 애도하고 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애도 대열에 합류했다.

진융은 '영웅문(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 ‘천룡팔부’, ‘녹정기’등 무협소설로 유명한 소설가 차렁용(査良鏞)의 필명이다.

창업 이듬해인 2000년부터 진융과 알고 지내게 됐다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그의 광팬으로 알려져있다. 집무실 이름을 진융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도화도(桃花島)로 명명하고, '소오강호(笑傲江湖)'에서 주인공 링후충(令狐沖)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화산파의 은거 기인 펑칭양(風淸揚)을 자신의 별칭으로 사용한다. 알리바바 임직원들도 무협소설의 인물명을 별호로 쓴다. 지난해 인류문제 해결사를 자처하며 세운 글로벌연구기관의 이름도 진융의 소설에서 최고의 무술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나오는 다모위앤(達摩院⋅다모 아카데미)으로 지었다. 마 회장이 2016년 제작해 당시 92세 생일을 맞은 진융에게 보낸 복을 비는 동영상도 다시 돌고 있다.

2004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 무협에서 무공은 가짜지만 정신은 진실이고, 정의·공평·공정·정의(情誼)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1972년 15번째 소설인 녹정기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한 그의 소설에는 그가 전하고 싶은 갖가지 명언이 등장한다. 중국신문사 등 중국 언론과 SNS에서는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소설속 명언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중국 무협소설의 태두로 불리는 진융이 30일 타계했다. 향년 94세.

♢큰 협객은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侠之大者,为国为民, 사조영웅전)

몽고군을 격파해 10만 백성의 생명을 구하는 협객으로 등장하는 궈징의 말이다. 궈징은 ‘신조협려’에서도 딸을 포로로 잡은 상대가 성을 포기하라고 압박을 가했을 때 딸에게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고 한다. 사직이 중하지, 자식은 가볍다는 그를 통해 진융은 대협의 의미를 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31일 진용 타계 소식을 전하면서 진융 팬의 입을 빌어 이 말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애국주의를 부각시키는 중국 지도부의 속내와 닿아있다는 지적이다.

♢신공을 익히고 싶다면 자신의 궁전에 칼을 뽑아야한다.(欲练神功,引刀自宫, 소오강호)

천하무적의 심오한 무공을 수련하려면 자신에게 가장 고귀한 것을 반드시 버려야한다. 그래야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아름다운 얼굴도 한순간에 늙는다. 젊음은 찰나이다.(红颜弹指老,刹那芳华, 천룡팔부)

아름다운 용모도 시간을 이길 수 없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규율이다.

♢말로 얘기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진짜 고통이다.(你有苦说不出,那才是真的苦,천룡팔부)

♢적의 칼로 적을 벤다(以彼之道,还施彼身, 천룡팔부)

‘천룡팔부’에는 상대의 최고 무공으로 상대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무공이 등장한다.

♢지극히 총명해도 상하고, 정이 지극히 깊어도 장수하기 힘들고, 지극히 강하면 모욕을 당할 수 있다. 겸손한 군자는 옥처럼 곱고 윤이난다(慧极必伤,情深不寿,强极则辱,谦谦君子,温润如玉,서검은구록)

건륭황제가 그의 친형 천자밍과 헤어질 때 남긴 말로 모든 극단적인 감정은 결국 스스로를 상하게 한다는 의미다.

♢멋대로 추측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라. 최대한 여유롭게 생활하라.(做人要能瞎蒙,就瞎蒙,生活尽量放轻松, 녹정기)

인생에서 너무 꼼꼼하게 따지면 영원히 피로만 쌓인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어떤 일은 맞고 틀린 게 없고, 인과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즐거우면 그걸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