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전기, 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18세기 초 종교 박해를 피해 스위스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한 원리주의 개신교 교파 '아미시(Amish)'다.
이들은 농사도 트랙터가 아닌 말을 부려 짓고, 자녀 교육도 자체적으로 세운 학교에서 해결한다. '단순·소박한 종교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아미시가 11월 6일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선거 캠프 사람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아미시 대부분이 동성애·낙태 반대 입장인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정작 '결전의 날'에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아미시 교인은 총 33만명인데 평균 투표율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들은 '왜 투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린 대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답한다. 아미시 교회가 신학적으로 투표를 금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미시 공동체 내에선 '투표는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투표를 하려면 후보 공약도 따져보고 평소 관심도 가져야 하는데 이런 행위가 '세상 일 잊고 신앙에 매진하자'는 아미시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미시 교인은 비록 소수이지만 오하이오·인디애나·펜실베이니아 등 수천 표 차이로 선거 승패가 갈리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에 집중적으로 몰려 살고 있다.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공화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공화당 측은 아미시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아미시가 주로 보는 신문에 투표를 권장하는 광고를 싣고 있으며, 선거 당일엔 투표소행 셔틀버스도 확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