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가 다시 한 번 말썽을 일으켰다. 고집스러운 믿음이 결국 결과를 만들지 못하자 아집의 악수가 되어가고 있다.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6-9로 패했다.

다저스 입장에선 연장 혈투 이후 중후반 리드를 잡으면서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갈 여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학습효과 없는 조급한 승부가 데자뷰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전날(27일) 연장 18회, 7시간 20분의 대혈투를 펼친 양 팀이었다. 다저스의 3-2 승리로 끝났지만 양 팀 모두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6회까지 양 팀은 득점이 없었고, 다저스가 6회말 1사 만루에서 코디 벨린저의 1루수 땅볼 때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뽑은 뒤 야시엘 푸이그의 3점포로 4-0으로 리드를 잡았다.

다저스 마운드에서는 리치 힐이 7회초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에 볼넷을 내줬고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후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6⅓이닝 1피안타 3볼넷 7탈삼진을 기록한 힐을 스캇 알렉산더로 교체했다. 투구 수는 91개였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브록 홀트를 볼넷으로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라이언 매드슨. 지난 1,2차전에서 모두 팀을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1차전 3-3으로 맞선 5회말 무사 1,2루에서 올라와 폭투와 1피안타 1볼넷 으로 커쇼의 승계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2차전 역시 류현진의 뒤를 이어 2-1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올라와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볼넷 2개와 적시타를 얻어맞아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승계주자를 모두 억제하지 못하면서 패배로 몰아넣었다.

전날 ⅓이닝을 기록한 매드슨은 이날 다시 한 번 로버츠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자신감이 떨어진 매드슨에게 다시 주자가 있는 접전 상황을 맡기는 것은 최악의 수였다. 첫 타자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는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후속 대타 미치 모어랜드는 넘지 못했다. 우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아 4-3으로 추격당하는 신세가 됐다.

매드슨은 3경기 째 불펜에서 방화를 일으키면서 다저스는 다시 살얼음판 승부에 놓였다. 일단 7회초를 겨우 넘녔다.

로버츠 감독의 아집은 4-3으로 앞선 8회초 다시 드러났다. 마무리 켄리 잰슨을 투입했다. 1-0으로 앞선 8회초 잰슨이 나온 전날 3차전 상황과 같았다. 당시 잰슨은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에 동점 솔로포를 얻어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마무리 투수의 2이닝은 확실한 믿음과 데이터가 없다면 모험에 가까운 수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은 다시 한 번 잰슨을 투입했다. 결과가 전날과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요행이었다. 잰슨은 8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맞이한 스티브 피어스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얻어맞았다. 3차전의 데자뷰였다. 4-4 동점이 됐다.

매드슨은 1,2차전, 잰슨은 3,4차전에서 나란히 로버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로버츠 감독의 뚝심을 넘어선 아집스러운 투수 교체가 결국 어긋난 결과다.

잰슨이 동점 솔로포를 허용한 뒤 8회초를 막아냈지만 8회말 2사 1,3루 기회가 잰슨 타석에 만들어지며 잰슨 대신 대타를 써야 했다.  대타 야스마니 그랜달도 삼진으로 물러나 잰슨 카드는 1이닝만에 별다른 소득 없이 소진시켜야 했다.

분위기는 보스턴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결국 9회초 딜런 플로로가 대타 라파엘 디버스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역전을 당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스티브 피어스에 3타점 2루타, 잰더 보가츠에 중전 적시타를 연달아 얻어맞았다.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학습 효과 없는 로버츠 감독의 어긋난 운영이 결국 다저스를 시리즈 3패째로 몰아넣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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