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강서 PC방 살인사건’ 현장은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다만 피해자 신모(20)씨가 변을 당한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작은 단상이 마련됐다. 여기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 꽃다발과 화환, 편지, 포스트잇이 올려져 있었다.
"중학교 때 친했었지. 아플 때면 네가 도와줬었는데, 왜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힘들다."
"형! 저 OO에요. 항상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추모단상 마련돼…사건 발생 9일째에도 발걸음
경찰에 따르면 김성수(29)는 지난 14일 오전 8시 10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신모(20)씨를 30차례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초 단순 살인사건으로 묻힐 뻔 했지만, 사건이 일어 난지 사흘만인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한 ‘요약글’이 급속도로 퍼지며 국민적인 공분(公憤)을 샀다.
김성수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심신미약으로 감형(減刑)해선 안 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 청원은 엿새 만에 100만여명이 동의했다.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현장에는 이날도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온 김모(53)씨는 이날 추모단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피해자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일면식도 없는 고인을 위로하는 글을 추모단상 위로 올렸다. 김성수 처벌을 다짐하는 글귀도 눈에 띄었다.
"저희가 (범인을)처벌할 테니 걱정 마시고 좋은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잊혀지지 않게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게요. 내년에도 찾아올게요."
추모단상은 사건이 발생한 PC방 맞은편 대형 슈퍼마켓 직원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를 정리하고, 훼손되지 않도록 코팅하고 있다고 한다. 슈퍼마켓 직원 박모(52)씨는 "제가 피해자의 엄마 또래인데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난다"며 "메시지를 코팅하면서도 마음이 아파 내용은 차마 못 읽는다"고 했다.
◇김성수 PC방 두 차례 방문 만에 범행
신씨가 일하던 PC방 카운터 위에도 국화꽃 한 다발이 올려져 있었다. PC방 회원기록에 따르면 김성수는 지난 6월 이곳을 처음 찾았다.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신씨가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주일 남짓으로, 김성수는 결국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는 얘기다.
추모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감형 목적으로 정신감정을 의뢰한 김성수의 태도에 특히 분노했다. 김성수는 지난 22일 취재진 앞에서 "(우울증 진단서는)내가 낸 것이 아니라 가족이 그랬다"고 답변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장모(49)씨는 "기사를 읽고 손발이 떨려 일이 잡히지 않아서, 마음을 달래려고 여기에 왔다"면서 "무슨 일만 터지면 심신미약을 내세워 감형받는 시스템이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살해현장 인근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박씨는 "김성수가 우울증이라고 감형을 원하는데, 한국인 80%가 우울증"이라면서 "심신미약인 사람이 어떻게 집에서 흉기를 챙겨와서 건장한 청년을 죽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