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세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빈곤·관리 소홀·열악한 교육 등으로부터 고통받고 있습니다. 선전을 통해 증오를 퍼뜨리는 민족주의 (아랍)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국제 포럼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랍 세계 사람들이 직면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해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 시각) "카슈끄지가 돌아올 가능성이 없어졌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실종 직전 써놓은 미공개 칼럼을 공개했다. 그의 마지막 칼럼 제목은 ‘아랍에서 가장 필요한 건 표현의 자유’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카렌 아티아 국제 기고 담당 편집자는 칼럼 공개에 앞서 마지막 칼럼 게재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카슈끄지가 이스탄불에서 실종됐다고 보도된 다음 날 이 칼럼을 받았다. WP는 카슈끄지가 돌아와서 칼럼을 같이 편집하길 바랐기 때문에 게재가 늦어졌다"며 "그러나 우린 이런 일이 없을 것이란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와 함께 일해서 영광이었다"고 카슈끄지를 향한 고마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카슈끄지는 마지막 칼럼에서 아랍 세계의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랍의 봄을 가리켜 "언론인·학자·대중은 밝고 자유로운 아랍 사회에 관한 희망과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촉발돼 아랍·중동 국가,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운동이다. 그러나 곧 "산산조각 났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랍 세계가 더욱 혹독한 사회로 퇴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을 통제하는 아랍 국가 정부들도 비판했다. 카슈끄지는 "결과적으로 아랍 정부는 언론을 침묵시키기 위해 공세를 하고 있다"며 "이들은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하고 현지 기자를 체포하고 광고주에게 특정 출판물에 수익을 주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사우디를 비판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살레 알셰히가 5년형을 받았던 것과 이집트 정부가 신문사 ‘알마스리 알야움’을 몰수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카슈끄지는 아랍 세계 시민들이 자유롭게 전세계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랍인들은 전세계 소식을 알 수 있는 미디어, 가난과 부패로 고통받는 아랍의 일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랍 정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포럼을 만들어 아랍이 직면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 사우디 내 활동이 불가능해진 카슈끄지는 지난해 말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WP 외국 매체 기고 등을 통해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계속 써 왔다. 그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터키의 친정부 성향 예니샤파크는 17일 "수사팀이 확보한 현장 녹음을 직접 들었다"며 암살팀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구타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고문을 한 뒤 참수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8일 카슈끄지 사망설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