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 시각) 밝혔다. 카슈끄지 실종 및 암살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그의 사망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우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두고 의견 충돌을 빚는 등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몬타나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에게 "그것(카슈끄지의 사망)은 확실해 보인다. 매우 슬픈 일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건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미 행정부는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가담한 자에 대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일단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정부 고위 관료가 카슈끄지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정보당국 보고서에 대해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최종 결론을 내리기엔 조금은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 정부를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은 최근 사우디 정부 관련 인사들이 카슈끄지 사건에 개입됐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오는 23~2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참석을 철회했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등 서방국의 장관들도 불참하기로 했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쌓아온 외교적 관계 때문에 섣불리 사우디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슈끄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사우디와 터키를 방문했다가 복귀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사우디 문제에 전면으로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32년 이후 우리는 사우디 왕가와 전략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 점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를 "테러 대응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고 칭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지난 2일 혼인신고를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던 카슈끄지가 실종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카슈끄지가 심문을 받던 중 사우디 정부가 파견한 암살팀 15명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반정부 인사인 카슈끄지는 그동안 미국에서 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정부를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