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임주환, 장희진이 KBS2 단막극 '이토록 오랜 이별'에서 오래된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2층 대본연습실에서는 KBS2 '드라마 스페셜-이토록 오랜 이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송민엽 PD를 비롯해 주연 장희진, 임주환이 참석했다.

'이토록 오랜 이별'은 꿈도 추억도 모두 함께 쌓아왔던 오래된 연인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되짚어보는 과정을 그린다. 2017년 단막극 극본 공모에서 당선됐던 김주희 작가가 올해 패기 있게 선보이는 새 작품이다.

송민엽 PD는 "오랫동안 같은 방향으로 바라봤던 두 연인이 서로 감정의 변화를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현실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기획의도를 공개했다.

단막극의 매력에 대해 송민엽 PD는 "미니시리즈는 예산이 높아져서 압박감이 생기는데 단막극은 거기서 좀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있다.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조금이라도 만족시켜주지 않을까 싶어서 단막극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막극의 좋은 점은 완결된 대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임주환, 장희진과 미팅을 여러번 했는데, 즐겁게 작업해서 애착이 많이간다"고 말했다.

임주환은 극 중 5년 전 첫 장편소설을 메가히트 시키며 무려 50만부를 팔아치운 소설가 배상희를 맡았다. 신인으로는 파격적인 선인세 1억을 받으며 계약할 정도로 잘나갔지만, 그 이후로 오랫동안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일과 사랑 앞에서 자격지심만 남아버렸다. 자신을 재촉하는 여자친구가 빚 받으러 온 사람같이 느껴지면서 사랑에도 위기가 닥치고, 자꾸만 비겁해지는 인물이다.

임주환은 지난해 선보인 tvN '하백의 신부 2017' 이후 단막극을 선택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임주환은 "내가 맡은 배상희는 처음 쓴 소설이 큰 호응을 얻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소설로 시작됐다. 많은 드라마들이 스토리를 설정하고, 그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스토리 보다는 어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 이별, 그 안에서 미묘하게 오가는 예민함이 글에 담겨 있어서 괜찮은 내용이라고 느꼈다.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느꼈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단막극 출연에 대해 임주환은 "장편이나 여러 드라마는 스토리를 설정하고, 가상의 인물을 놓고 이야기를 꾸며낸다. 우리 단막극도 비슷하지만, 캐릭터들이 주고 받는 감정들이 주가 되고, 그 감정을 시청자들이 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높게 샀다. (단막극 출연이) 자원봉사나 이런 개념은 아니고, 좋은 대본이 있으면 참여하는 게 배우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막극은 독립영화처럼 그런 것들이 제작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된다. 그것을 인용해 많은 장편이 좋아지기도 한다.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기초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장희진은 오직 성실함을 무기로 직장생활을 견뎌온 6년차 편집자 정이나를 연기했다. 연애에도 성실해서 소설가 상희와 8년째 장기 연애 중이다. 이번 역할을 통해 직장인 여성의 삶을 밀도있게 보여줌과 동시에 기약 없는 오랜 연애에 지쳐가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낼 전망이다.

지난해 방송된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단막극으로 돌아온 장희진은 알콩달콩했던 모습부터 서로에게 무뎌진 연인의 모습까지 한층 성숙한 연기가 기대되고 있다.

장희진은 "내가 연기한 정이나는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남자친구를 위해서 꿈을 포기하고 맞춰서 살다가, 나중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캐릭터다. 대본을 읽고 공감을 하게 됐고, 주환 오빠가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임했다"며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그동안 단막극에 꽤 출연했던 장희진은 "단막극에 5~6번 출연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모든 배우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나 배역을 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단막극에서 기회가 좀 있었다. 그래서 잡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희진과 호흡에 대해 임주환은 "예전에 장희진과 작품을 하면서 키도 크고, 도시적인 이미지에 차갑다고 느꼈다. 이번에 같이 한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 잘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비주얼로 남자랑 8년이나 사귈까?' 싶었다. 남자친구가 지지부진하게 끌고가면 단번에 돌아설 것 같았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그 덕분에 연기할 때 맞춰줄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님이 젊어서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많은 대화가 편하게 이뤄졌다. 그전에는 나이 많은 감독님들과 얘기를 나누기엔 월권을 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서로 얘기를 하면서 디테일을 찾게 되고, 나도 더 집중하게 됐다"며 만족했다.

임주환과 호흡에 대해 장희진은 "예전에 주환 오빠랑 작품을 했는데, 거기선 라이벌 관계였다. 대립되는 관계라서 오빠가 이렇게 여배우 위주로 도와주는 배우인지 몰랐다.(웃음) 같이 촬영을 해보니까 내가 잘 나올 수 있는 방식이 있으면 맞춰서 해주더라. 사실 남자 배우들도 얼굴이나 모습을 멋있게 나오게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주환 오빠의 몰랐던 부분을 봤고, 호흡도 너무 좋았다"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처럼 장기 연애 경험에 대해서 임주환은 "이 대본을 읽고 20살 초반,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대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  4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당시 관계가 헤어진 것 같았는데 단어만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공유한 것 같더라. 연인 관계는 서로이 마음이 교차돼 있어야 하는데, 떨어져 있는 마음을 가졌고, 그 마음을 느꼈다. 이 대본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드라마를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내용이다"고 했다.

똑같은 장기 연애 경험 질문에 장희진은 "8년 연애 커플을 보여줘야 해서 편한 주환 오빠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오랜 연애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찍으면서 감정이입도 많이 됐다. 오빠랑 나랑 감독님이랑 의견도 나누고 조율도 많이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임주환은 드라마의 매력과 관련해 "촬영 감독님이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으셨다. 떨리는 신을 통해 연인의 불안함을 전달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영상미를 따졌을 때,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 연인이 불안해 보인다'고 느끼실 것 같다. 그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송민엽 PD는 "우리 드라마는 크게 화려하거나 그렇지 않다. 가능하면 담담하게 담아내려고 신경 썼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하는 공간들 위주로 구성하려고 했다. 대사를 하는데 갑자기 들판에 가 있거나, 골목길에 가 있거나 그렇지 않다. 항상 생활하는 공간인 집, 직장,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이 나온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다"고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임주환은 "많이 시청해달라고 말하는 게,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요즘 드라마의 평가가 시청률로만 평가돼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단막극 시청률이 높지 않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된다면 만족할 것 같다. 이 작품으로 인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애틋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적은 분들이 봐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장희진은 "제목은 '이토록 오랜 이별'이지만, 우리 드라마를 본 뒤 시청자들은 이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있을 때 잘해야지' '소홀하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의 여섯 번째 작품 '이토록 오랜 이별'은 오는 19일 오후 10시 방송된다./hsjssu@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