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 패션위크 트라노이 패션쇼에 나선 디자이너 이청청이 피날레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요즘 국내 패션계에서 가장 바쁜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단연 이청청(40)이다. 최근 한 달 그의 스케줄을 보면 9월 초 뉴욕패션위크를 시작으로 9월 말 파리패션위크를 마친 뒤 상하이로 날아가 패션쇼를 열었고, 오는 19일엔 서울패션위크에 선다.

2015년 국내 첫 패션쇼를 시작으로 2017년 뉴욕 무대에 처음 선 '신진' 디자이너의 행보로는 대단한 상승세. 쇼 바로 전까지는 패션 마스크, 가방, 신발 브랜드 협업 작품을 선보이더니 지금은 내년 초 선보일 샘소나이트 협업 제품 제작에 바쁘다. 최근 만난 그는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전에 해외 바이어들을 통해 각종 매장에 진출했던 터라 제 이름이 조금 알려진 모양"이라며 "5년 전 론칭한 제 브랜드로 해외 첫 수출을 한 도시가 파리여서 이번 처음 밟아본 파리 패션쇼 무대가 정말 뜻깊었다"고 말했다.

2013년 '라이(LIE)'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그의 브랜드 이력은 길지 않지만 '디자이너 이상봉'을 들이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쇼 경력이 20년으로 확 늘어난다. 아버지 이상봉 밑에서 무대 앞뒤의 치열함을 배웠다. "지금도 아버지가 항상 제 뒤에 서 계신 느낌이지만 이상봉 아들이 아니라 이청청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열 살 때부터 지켜본 패션쇼 무대. 어린 시절엔 디자이너가 싫었다. 쉬는 날도 없고 자기 인생도 없어 보였다. '맑고 푸르라(淸靑)'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도 친구들에겐 놀림감이었다. 정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어 역사교육학과에 진학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밤새 끙끙 앓는 모습에 마음을 바꿨단다. "아침만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에 저런 게 바로 진짜 인생이구나 싶었지요." 영국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진학해 2011년 런던 신진 디자이너 어워드 남성복 분야를 수상했다. 현재 미국·유럽·홍콩 등 50여 편집 매장과 백화점에 진출해 있다.

파리에서 선보인 2019 봄여름 의상.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드 스타 디자이너 프로젝트'에 선정된 그는 바이어 대상 프랑스 패션 전문 전시 '트라노이' 마르코 필리 디렉터의 선택으로 파리 무대도 섰다.

유명 패션 컨설팅 회사인 수산그룹 필립 수산 회장은 "원단과 색상을 우아하게 섞는 기술이나 패턴을 유머러스하게 뽑아내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청청은 "어릴 때 원망했던 청청이란 이름이 요즘 중국에 가면 '뽀뽀'(亲亲·친친)라고 들린다며 좋아해 준다"며 "2세 디자이너가 아니라 세계가 찾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