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기들은 생후 4주 이내에 결핵을 예방하는 백신인 BCG를 필수 접종한다. 흔히 '불주사'라고 불리는 '피내(皮內)용 BCG'와 '경피(經皮)용 BCG' 두 종류다. 이중 피내용 BCG는 주사 맞은 자리에 볼록한 흉터가 생겨 갈수록 많은 부모가 경피용 BCG를 맞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피내용 BCG 접종만 비용을 대주고, 경피용 BCG 접종은 지원하지 않아 부모들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피내용 BCG는 국가예방접종 대상이라 보건소 등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흉터가 심하게 남아 부모들이 꺼린다. 대신 소아과에서 7~8만원씩 내고 경피용 BCG를 선택하는 부모가 과반을 넘겼다. 경피용 BCG는 작은 바늘이 9개 달린 주사기로 놓는 방식이다. 옅은 흉터가 생겼다 금방 사라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BCG 접종 대상자 중 흉터가 생기는 피내용 BCG를 맞은 아이는 절반이 채 안됐다(279만8703명 중 97만3021명·35%). 이 기간 경피용 BCG를 맞은 아이가 접종자가 과반을 차지했다(175만 199명·63%)였다. 나머지 소수는 접종을 아예 하지 않은 아이들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는 전체 접종자 60%가, 올해 상반기엔 83%가 경피용 BCG를 택하는 식으로, 경피용 BCG 선호도가 갈수록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2012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 아이들 무슨 BCG 주사 맞았나 ※자료: 국회 신상진 의원실
1990년 경피용 BCG가 수입돼 병행 접종한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부모들은 예방접종 시기가 되면 '어느 주사를 맞춰야 하느냐'며 혼란스러워 한다. 부작용 등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없는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내용 BCG가 정확한 양을 일정하게 주입할 수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피내용 BCG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경피용 쪽이 흉터가 없기 때문에, 선진국 중에는 경피용 BCG로 갈아탄 나라도 많다. 일본도 1967년부터 경피용 BCG만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채택하고 있다. 신상진 의원은 "우리나라도 대부분 부모들이 경피용 BCG를 선택하는만큼 경피용 BCG도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경피용 BCG와 피내형 BCG 의 유해성·안전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미 기존 BCG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마다 경피용 BCG를 한시적으로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시켜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나 일본을 제외하고는 결핵 백신을 국가 차원에서 접종하도록 하는 경우가 없어 연구가 부족하다"면서 "두 방식 간 유효성·안전성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경피용 BCG를 국가예방접종에 포함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