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몰린 김포 어린이집 교사 투신하자...
맘카페 '마녀사냥' 논란 재점화
"맘카페는 악의 축…폐쇄하라" 여론도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어린이집 교사가 투신해 숨지자, 최초에 비난 글이 게재된 맘카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별다른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어린이집 교사의 신상을 공개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최초 의혹이 제기된 맘카페에는 현재 고인을 추모하는 게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아동학대 의심된다며 신상공개…마녀사냥 논란
사건은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김포시 통진읍 소재 어린이집 교사 A(37)씨는 인천드림파크 가을나들이 행사에 참가했다. 어린이들을 인솔하는 역할이었다. 별다른 사고 없이 나들이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문제는 이날 오후 10시쯤 인천·김포 지역 맘카페에 게시글 하나가 올라오면서부터다. 이 카페 회원 수는 3만5000여명이다.

게시자는 "아이가 교사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교사가 돗자리 터는 데만 신경 써 밀쳤다"면서 "우리 아이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다. OO어린이집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밀치는 장면을)봤냐고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맘카페에는 어린이집 교사 A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A씨의 실명과 사진이 공개됐고 다수의 비난 댓글도 달렸다.

A씨의 동료교사에 따르면 맘카페에 어린이집 실명이 공개된 후, 어린이집으로 항의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시민신고로 경찰관이 어린이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거론된 어린이의 학부모는 오해를 풀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모’가 어린이집을 찾아가 교사 A씨의 무릎을 꿇리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고 동료교사는 썼다. A씨는 이튿날 숨졌다. 투신 장소에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된 김포 지역의 맘카페.

경찰은 A씨의 범죄 혐의점이 밝혀지지 않아 사건을 내사 종결로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맘카페 문제제기 이후 심적 압박이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몇 자로 목숨 앗아가는 맘카페 폐쇄하라"
A씨가 투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해당 맘카페에는 추모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숨진 A씨를 잘 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엄마보다도 더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고 증언했다. "처음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 작성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카페 운영자는 "아동학대건 관련 비난 댓글을 자제하고 경찰조사를 기다려달라"면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 다른 쪽을 비난하는 글을 자제해달라"고 적었다. 이어 "몇 몇 양심불량 ‘엄마들’ 때문에 우리가 같이 ‘맘충’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하는 것"이라면서 "정정당당하게 사실 확인된 내용에 대해서만 공동 대응하라"고 덧붙였다.

자살 사건의 '배경'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맘카페에 대한 '역풍'도 불고 있다. 맘카페 자체를 싸잡아 '악(惡)의 축이다', '마녀사냥대(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맘카페를 강제폐쇄 해달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맘카페가 본연의 활동을 잊고 본인(엄마) 마음에 안 들면 지역상인, 학원의 장사를 접도록 하는 폐단이 많다"며 "(이번에도) 보육교사의 귀중한 생명을 글 몇 자로 앗아갔다"고 적었다.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청원 글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참여인원이 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김포 맘카페 사태를 계기로 ‘맘카페를 폐쇄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