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남학생 2명 '촉법소년'이라 소년부 송치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 유족 국민청원, 20만 넘어
'소년법 개정' 국민청원 벌써 세 번째…어떤 답변 내놓을까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형사처벌에서는 완전히 제외되는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네티즌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내용으로 소년법 개정·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청와대의 답변을 듣게 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조선DB

앞서 지난 7월 20일 여중생 C양(13)이 인천 연수구 한 주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C양이 성폭행과 학교 폭력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C양과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였던 A군 등 2명이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은 A군 등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현행법상 형사미성년자에게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이 '보호자 감호위탁'에서 '소년원 송치'에 이르는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 "만 12~13세인 성폭행 학생 보호처분만…너무 불합리하고 억울"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라온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요망'이라는 청원글에는 15일 오전 10시 현재 20만 5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한 달 내에 20만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나 정부 부처가 답변해야 한다.

자신이 ‘인천 여중생 사망사건’ 피해자의 언니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올린 국민청원

이 네티즌은 "(올해) 2월 동생과 8년 지기 친구였던 A군과 B군이 수다를 떨자며 동생을 한 아파트 상가로 불렀고, 그 후 A군과 B군이 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며 "성폭행과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과 괴로움에 시달리던 동생은 다락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이어 "동생이 죽자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성년자이므로 보호 처분으로 끝날 것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며 "특히 가해 학생 중 한 명인 A군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은 강간이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발뺌했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결론적으로 만 12~13세인 가해 학생들은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년법에 의해 형사 처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며 "이러한 소년법은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천국으로 가게 된 동생과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불합리하고 억울한 법이다. 이 법으로 인해 이미 피해를 받은, 혹여나 앞으로 피해를 받을 학생들과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소년법 폐지 청원에 꼭 동참해달라"고 했다.

◇ "처벌보다 예방"→"만 13세 미만으로 개정 추진"→세 번째 靑 답변은?
형사미성년자의 강력 범죄를 계기로 소년법 폐지나 개정을 요청한 국민청원이 청와대의 답변을 듣게 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9월 올라와 참여인원 20만명을 넘긴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국민청원 ‘1호 답변’을 받았다. 당시 조 수석은 "만 14세 청소년 중에는 성숙하지 않은 인격을 가진 학생도 많아 연령만을 기준으로 소년법 개정을 논하기 어렵다"며 "(소년 범죄는) 형벌 강화보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갈수록 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당시 정부는 "'14세까지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청소년 범죄자가 있다"면서 "중학생 정도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나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 8월에도 ‘관악산 고교생 집단 폭행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당시 답변자로 나섰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형사미성년자 14세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존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관련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김 부총리 역시 "청소년 범죄는 처벌 강화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년범죄 예방과 소년범 교화에도 힘을 써야 한다"며 "청소년 폭력에 대한 엄정한 처리 원칙은 지켜나가되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도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