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고교 수업료 등을 면제해주는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시도 교육청이 앞다퉈 '고교 무상 급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며, 학교 급식도 중학교까지는 대부분 공짜다. 여기에 고교까지 무상(無償) 정책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최근 대전과 광주, 충북, 충남 등은 내년에 고교 무상 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도 일부 구(區)에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 급식을 시작한다. 부산과 경기도는 늦어도 후년까지 고교 무상 급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미 인천과 울산·전남·전북 등 7개 시도에서 고교 무상 급식을 하고 있어 2020년쯤에는 전국 대부분에서 초·중·고교 무상 급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경기도 초등학교에서 처음 무상 급식이 도입된 후 10년 만에 전국 모든 학생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2009년 교육감 선거 때 처음 등장

무상 급식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저소득 아이들에게 선별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공짜 복지를 환영했다. 이듬해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른 시도 교육감 후보들도 '무상 급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과 대구·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 중학생이 무상 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이 이슈가 된 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였다. 교육감 후보들이 "정부가 2020년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으니 그에 맞춰 무상 급식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기자 무상 급식도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현재 고교 무상 급식을 시행 중인 곳은 7개 시도이며, 내년에 서울과 광주, 대전 등 7곳이 합류한다. 아직 시행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부산과 경기·대구교육청 등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까지 하면 무상 급식 예산 4조5000억원

문제는 돈이다. 올해 무상 급식 예산이 3조5063억원이다. 무상 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471만명)은 전체(570만명)의 82%에 달한다. 고교까지 무상 급식을 하면 연간 1조원 정도가 더 들어 4조4863억원이 필요하다(국회 예산처 추정).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2조원에다, 고교 무상 급식(1조원)까지 합하면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무상 급식은 조리 종사원 임금과도 연동돼 추가 재원이 더 들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시도에서는 사립 초등학생 점심과 고교생 아침·저녁도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총에 따르면 OECD 주요국 가운데 전 학생에게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곳은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 정도다. 우리가 고교까지 무상 급식을 하게 되면 주요국 중 전 학생 무상 급식을 하는 세 번째 나라가 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소득에 따라 선별적 무상 급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교대 오범호 교수는 "지난 10년간 교육청·지자체들이 무상 급식 예산 확보로 큰 고통을 받았는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교육과정 개발이나 교육 환경 개선에 쓸 돈이 무상 정책에만 흘러가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무상 복지 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전면 시행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