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12일 사회 관계 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질 측면에서 개선 추세가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상용직' 고용 확대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21만4000명 줄었지만 상용직은 33만명 늘었다. 질 나쁜 일자리는 줄고, 좋은 일자리는 늘었다는 게 정부 해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용직이 곧 좋은 일자리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상용직은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뜻한다. 1개월 이상~1년 미만이면 임시직, 한 달 미만이면 일용직으로 분류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른 분류와는 다르다. 예컨대 '비정규 상용직'도 많다는 얘기다. 1년 계약직 사원이나 파견 근로자 역시 통계상으로는 상용직 근로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상용직 안에도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상용직이 늘었다고 반드시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상용직이 임시·일용직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인 건 사실이지만, 일자리 질 개선 여부는 임금 조건 등 다양한 지표를 봐야 한다"면서 "아직 일자리 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데,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4만2000개 줄었다. 16만명이나 늘어난 보건복지·공공행정 일자리는 정부의 세금 지원에 의존하는 일자리라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2000년 이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계속 늘고 있다. 임시·일용직은 경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상용직은 계속 늘어나는 게 장기 추세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 폭은 29만4000명으로 작년(41만7000명)보다 적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