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행 3열, 열두 칸 원고지를 죽죽 그어 그렸다. 검정 위의 흰 글씨, '小說家仇甫氏의一日 朴泰遠'. 1938년 문장사에서 발행된 박태원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표지〈사진〉다.
심플하면서 모던한 이 표지를 디자인한 사람은 근대 화가 정현웅(1910~ 1976)이다. 정현웅은 1927년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에 입선하며 화단에 나왔지만 1950년 월북해 유화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장정가(裝幀家)로 활동하며 남긴 단행본, 조선일보·동아일보 삽화나 표지화를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고전문화중심에서 열리는 '화가 정현웅의 책그림전'은 출판미술가로서의 정현웅을 조명했다. 채만식의 '탁류', 잡지 '여성' 표지화 등 출판미술 자료 160여 점이 나왔다. (02)737-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