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60만리터를 17시간이나 태운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이 외국인 노동자가 띄운 ‘풍등(風燈)’에 의한 실화(失火)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따라 이제 우리나라에서 풍등을 날리는 것은 불법이 됐다. 풍등을 날리다 적발되면 벌금 200만원에 처해지게 된다.

경기고양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8일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D(27)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D씨가 날린 풍등이 북서풍을 타고 저유소로 날아와 발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D씨는 경찰에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문방구에서 구매해 풍등을 날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D씨가 풍등을 날린 시각은 7일 오전 저유소 화재가 발생하기 10~20분 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중실화 혐의로 D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일선 소방관은 "풍등이 이동할 만큼 바람이 불었고, 가을이라 날씨가 건조해 잔디밭에 불이 잘 붙는 상황 이었을 것"이라며 "불은 아니더라도 불씨가 바람을 만나 비화(飛火)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종이나 비닐로 만든 등 모양에 소형 램프를 부착해 하늘로 날리는 ‘풍등’은 ‘소원등’으로도 불린다. 중국에서 발행한 풍습으로 중국은 물론 동남아 일대에도 소원을 적어 풍등을 날리는 풍습이 퍼져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남 지역에서 동짓날 저녁에 등싸움을 하면서 풍등을 만들어 놀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밤 하늘을 수놓는 ‘풍등’은 그 자체로 볼거리여서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풍등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따라 올해부터 허가 없이 풍등 같은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행위는 불법으로,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실제로 ‘단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태국에서는 산불을 내거나 야생동물이 풍등 잔여물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풍등’을 금지하고 있다.

풍등은 ‘소원등’으로도 불린다.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남지역에서 동짓날 저녁에 등싸움을 하며 풍등을 만들어 놀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월대보름 기간 중 화재 발생건수는 2015년(329건), 2016년(319건), 2017년(315건) 등이다. 소방청은 풍등날리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의 행사를 화재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충남 논산시에서는 풍등으로 화재가 발생, 산림 7ha(헥타르)를 불태웠다. 지난해 2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수영전통달집축제'에서는 바람에 날린 풍등이 인근 상가건물 간판에 옮겨 붙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풍등에 사용되는 고체연료에 일단 불이 붙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꺼지기 때문에 불덩이가 날아다니는 것과 같다"며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처럼 기름 저장소 뿐만 아니라 화재에 취약한 임야, 보행자 머리 위로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