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함블리로 개명할까 봐요"

tvN '미스터션샤인'이 종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안방에는 여운이 가득하다. 꼿꼿이 살아남은, 그래서 조선 그 자체였던 애신 애기씨, 그를 목숨 바쳐 지켰던 세 남자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을 비롯한 이름 모를 의병들, 그리고 애신의 품에서 숨을 거둔 함안댁 등이다.

함안댁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은 같은 시기에 방송된 '미스터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쌍끌이 흥행으로 감초 배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함안댁을 마음에서 정리 못했다는 그를 8일 오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실사판 함블리가 여기 있다.

◆"경상도 출신? 저 서울 사람이에요"

이정은은 '미스터션샤인'에선 고애신(김태리 분)의 유모인 함안댁 역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유쾌하게 전환시키는가 하면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로 현실감도 높였다. 알고 보니 이정은은 경상도가 고향이 아닌 서울 출신이다.

"함블리라고 불러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인기 있는 배우들한테 붙는 애칭 아닌가요 하하. 내 이름을 바꿀까 싶기도 했다니까요. 너무 감사하죠. 함안댁이 극에서 튀어보일까 걱정했지만 주변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살아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충분히 가벼워도 진중한 모습이 그려진 것 같아요."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쓰면 진주 출신인 보조작가가 잘 바꿔줬어요. 할머니가 쓰는 고어들을 잘 쓰더라고요. 대본이 잘 나왔죠. '도둑놈 도둑님' 때에도 사투리가 힘들어서 제 발로 찾아서 사투리 선생님을 고용했거든요. 이번에도 연극하는 최민경 후배를 사투리 선생님으로 고용해서 일주일 마다 만나서 대본 체크하며 연기했어요. 그 친구의 조력이 엄청 도움 됐죠."

◆"행랑아범, 애틋했어요"

이정은은 '미스터션샤인'에서 김태리, 이병헌, 신정근 등 붙는 배우들과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 때론 따뜻한 엄마로, 때론 유진 초이를 협박하는 애기씨 오른팔로 김태리와 호흡을 맞췄고 짜장면과 눈깔사탕을 처음 먹고서 귀여운 표정을 짓는 '먹방 요정'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김태리 품에서 죽는 신을 4일간 찍었어요. 좋은 감정신은 담백한 거라 생각했는데 더 좋게 나왔네요. 사실 촬영 때 김태리랑 저랑 너무 울었거든요. '훠이훠이 날아간다' 하면서도 저도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상놈과 귀족으로 나눠져 있지만 부모의 마음처럼 애기씨는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함안댁이 행랑아범과 손 한 번 못 잡고 죽었잖아요. 손을 잡게 하고 죽였다면 더 슬펐을까 이응복 감독님이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옆에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는 대사가 참 좋았어요. 지금도 눈물 날 것 같네요. 오랫동안 촬영하며 같은 시간을 같이 견딘 거니까 행랑아범과 묘한 동지감이 끝나는 장면까지 이어졌죠. 내가 정말 신정근 오빠를 좋아하나 애틋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까요(웃음)."

◆"이병헌과 한 살 차이"

이정은은 사실 이병헌보다 한 살밖에 나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아는 와이프'에선 한지민의 엄마로 분했고 '미스터션샤인'에선 애기씨의 늙은 유모로 자신의 연기 나이대를 넓혔다. 깊은 연기 내공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정은의 연기 인생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사실 이병헌 배우가 이상한 것 아닌가요. 저도 늙어보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병헌은 아주 뽀송뽀송하더라고요(웃음). '어머니가 아들을 참 잘 낳으셨네' 했더니 본인도 웃었죠. 이병헌 배우는 연기를 너무 잘하니까 쏙쏙 흡입이 됐어요. 그 사람 자체만으로도 신뢰가 된다는 게 참 대단한 일이잖아요. 스크린에서 볼 때보다 더 많이 준비해 왔더라고요."

"제가 결혼을 안 했으니까 직계가족으로 만나는 패밀리보다 작품 때마다 정말 가족을 만나는 기분이에요. 아이를 키워본 적 없으니 부족하지만 상대 배우와 함께 살고 자라며 키우는 걸 느끼는 셈이죠. 실제로 경험한 것만 연기할 수 없고, 또 나이 어린 역도 하고 싶지만 감독 작가 시청자분들이 제게서 다른 매력을 느낀다면야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하면 되죠. 갈수록 자식들이 점점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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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