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술라웨시섬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으로부터 1500㎞ 이상 떨어져 있다. 자카르타에서 여객기로 2시간 40분이 걸리고, 시간대도 1시간 다르다.
규모 7.5의 강진으로 팔루공항은 관제탑과 활주로가 손상돼 민항기 운항은 대부분 취소됐다. 지난 1일 자카르타에 있던 기자도 팔루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그날 밤 9시(현지 시각) 팔루에서 남쪽으로 830㎞ 떨어진 술라웨시섬 최대 도시 마카사르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갔다. 마카사르에서 팔루로 가는 항공편은 있었으나 매일 운항 계획이 잡혔다가 취소되었다.
할 수 없이 육로 이동을 택했다. 불가사리 모양으로 생긴 술라웨시섬은 불가사리의 다리 하나하나가 밀림이 들어찬 험준한 산맥이다. 팔루는 북쪽과 서쪽으로 뻗은 불가사리 다리 사이에 있고, 마카사르는 남쪽으로 뻗은 다리의 가운데쯤에 있다. 두 도시는 해안과 산맥을 넘는 고갯길을 따라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로만 연결돼 있다. 평소에는 17시간 걸리지만 지진으로 도로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어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했다.
렌터카 업체들은 팔루에 가길 꺼렸다. "약탈당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가까스로 한 종교 단체가 파견한 의료 봉사단 6명을 데리고 팔루로 가는 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길 가는 차량을 붙잡고 물과 식량을 빼앗으려는 피해 지역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600mL 생수도 차마다 60병 이상 준비해 갔다. 식사와 주유를 위해 멈출 때를 제외하고는 술라웨시섬 서쪽 해안을 따라 난 도로로 밤에도 쉬지 않고 달렸다. 팔루로 다가갈수록 구호품을 싣고 팔루로 가는 차량들과 팔루를 빠져나오는 차량이 뒤엉켰다. 팔루에서 100㎞가량 떨어진 마무주군에 이르니 경찰이 차량 수십 대를 무리 지어 한꺼번에 들어가게 했다. 약탈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진으로 전기가 완전히 끊겨 깜깜한 밤중 잘못된 길로 들어가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팔루의 한 구호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0시. 마카사르를 출발한 때로부터 30시간이 지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