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상품 되팔이한 '미미쿠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가봤더니
"처음에는 골목에 빵 굽는 냄새 가득했다"
경찰·군청·농산물품질관리원까지 전방위적 압박

수도권 젊은 엄마들을 주(主)고객층으로 삼은 미미쿠키 매장은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 잡고 있다. 읍내에서 차로 30분은 더 달려야 하는 한적한 곳이었다. 감곡면 전체 인구는 1만989명으로 대도시 동(洞)수준이다. 주변은 상권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미미쿠키 골목에는 다방, 농약 판매점, 농협, 철학관 등의 자영업체들이 붙어 있었다. 바로 이 곳에서 전국에 날개 돋친 듯 쿠키·마카롱·롤케이크 등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소셜미디어(SNS)덕분이었다.

2일 찾은 미미쿠키 매장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4층 연립주택의 1층을 매장으로 쓰고 있었다. 면적은 39.6㎡(12평) 남짓.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5만원짜리 가게였다. 하얀색 블라인드를 모두 내려 안을 볼 수 없었다. 대형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 되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1일 이후부터 미미쿠키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김모(32)씨 부부는 2016년 6월부터 이 곳에서 미미쿠키를 개업했다. 부부는 현재 경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쿠키를 직접 구웠어요. 오븐에서 갓 나온 쿠키를 식혀서 포장하는 것도 직접 봤다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방송에도 나오고 (가게가 유명해지더니) 저렇게 되어버렸어요." 같은 골목에서 분식집을 하는 최모(61)씨 얘기다.

2일 오전 찾은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매장이 흰 색 블라인드로 가려진 채 닫혀 있다.

◇'유기농 수제 맛집'으로 소문난 미미쿠키 개업부터 폐업까지
감곡면 주민들에 따르면 아내인 P(31)씨가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였다. P씨는 대학에서 제과제빵학과를 졸업한 뒤 파리바게트 제빵사로 일했다고 한다. 남편 김씨와 결혼한 이후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수제 제과점을 차렸는데, 자녀 출산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미'라는 업체명(名)은 아기의 태명에서 따왔다.

미미쿠키는 SNS에서 ‘엄마의 정을 담은 노(NO) 방부제 건강한 베이킹’ ‘유기농 밀가루’ 등의 홍보 문구로 인기를 끌었다.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회원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직거래 인터넷 카페에 소개되면서부터다. 이 때부터 면(面)단위 조그만 제과점 앞에 긴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9월에는 KBS 지역방송에 ‘마카롱 맛집’으로 전파를 탔다. 세 살 배기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부부 둘이서 꾸리던 가게에 주문이 몰렸다.

그러나 유기농이라고 자찬(自讚)한 쿠키·롤케이크가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포장만 바꿔 되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코스트코가 이탈리아 비첸시(Vicenzi)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로마쿠키'와 삼립 롤케이크를 재포장해 판매했다고 실토했다. 코스트코에서는 쿠키 하나 당 145원·롤케이크는 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부부는 쿠키 하나 당 400원·롤케이크는 7500원에 되팔았다.

KBS 지역방송에 소개된 김씨 부부와 미미쿠키 매장내부.

미미쿠키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트코 매장은 공세점(경기 용인시)으로, 직선거리로 50km 떨어져 있다. 코스트코 천안점도 거리가 비슷(56km)하다. 미미쿠키 매장을 압수수색한 충북 음성경찰서는 영수증 분석을 통해 김씨 부부가 어떤 코스트코 매장에서, 얼마만큼의 물량을 사갔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미미쿠키 거래장부·판매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빵 굽는 냄새 나더라…유명세가 毒 됐을 것"
부부는 대체 언제부터 '재포장 판매'에 나섰을까. 같은 골목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은 "처음에는 빵 굽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두 달 전에도 직접 만든 과일 타르트를 갖다 줬어요. 빵 굽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웠어요. 밤새 일한 적도 있다더라고요. 작정하고 대형마트 제품을 되판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미미쿠키 근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백모(52)씨 얘기다.

감곡면 주민들은 "가게가 유명해진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 부부가 딱히 돈을 많이 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주민 이모(52)씨는 "재포장 판매 이후 쏟아지는 환불요구를 이기지 못해 부부가 친정 도움까지 받은 걸로 안다"며 "집안에 아픈 사람도 있는데다, P씨 아버지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날 찾은 미미쿠키 골목은 황량하다시피 했다. 1만명 남짓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게들이 전부로, 저녁시간에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보행자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주변 상인들은 "미미쿠키가 유명해진 지난달에는 골목이 시끌시끌 했다"고 전했다.

분식집 주인 최씨는 "원래는 동네 여고생들이 학교 마치고 사먹는 그런 가게였는데, 벼락치기로 유명해지면서 외지인들이 차 타고 몰려들기 시작했다"면서 "갑자기 장사가 잘 되긴 했지만, (김씨 부부가)오래된 소형차를 몰고 다니는 걸로 봐서는 큰 돈은 못 만졌을 것 같다"고 했다.

‘미미쿠키’가 올린 쿠키 사진(왼쪽)과 한 소비자가 올린 코스트코 쿠키 제품(오른쪽).

음성경찰서 관계자는 "갑자기 주문 물량이 늘어나, 이를 감당하지 못한 부부가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골가게가 이렇게 유명세를 탄 건 아주 잘 풀린 경우인데, 부부에게는 오히려 독(毒)이 됐다"고 했다.

◇미미쿠키 둘러 싸고 전방위적 조사
'사기판매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미미쿠키는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매장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사기 혐의로 조만간 김씨 부부를 소환할 예정이다.

미미쿠키는 음성군청의 조사도 동시에 받고 있다. 미미쿠키가 인터넷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없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해놓고, 실제로는 인터넷 판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음성군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미미쿠키 업주 김씨와 연락을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28일 겨우 연락이 돼 이번 주 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며 "김씨가 전화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미미쿠키가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판매한다고 홍보한 부분도 문제가 된다. 친환경농어업법은 빵이나 과자 등 가공식품에 ‘유기농’을 광고·판매하려면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인증을 받지 않고 SNS 공간 등에 ‘친환경 유기농’으로 제품을 소개했다. 이 부분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측은 "최근 직원이 미미쿠키 매장을 찾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며 "경찰이 압수한 자료를 근거로 미미쿠키가 유기농 원재료를 구입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매장. 사진 가운데 ‘마카롱’이라는 간판이 걸린 곳이 미미쿠키 매장이다.

김씨 부부는 미미쿠키 문을 닫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조사당국의 연락도 잘 받지 않는다고 한다. 조사관이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추후에 회신하는 식이라고 음성군청 측은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부는 영업을 접고 현재 친정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