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편의점에서 홍어회를 다 파네."
냉장 쇼케이스 앞에서 손님 세 분이 깔깔거린다. 우리 편의점은 회사 빌딩 안에 위치하여 사실 홍어회가 팔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장난삼아 한번 갖다놔 보았다. 이것저것 다 파는 편의점이란 인상을 주기 위해, 일상의 평온 위에 짓궂게 돌멩이 하나 던져보고 싶어.
홍어회뿐인가. 엊그제 지인께서 생물 세발낙지를 통신판매 한다기에, 상품 목록을 뒤적거려 보았다. 역시나 세발낙지도 그곳에 있었다. 현대판 만물상이라 한다. 쌀이나 삼겹살, 과일과 반찬류를 편의점에서 파는 일은 이제 화제조차 되지 못하고 와이셔츠, 넥타이, 액세서리, 보정속옷은 물론 홈쇼핑과 연계하여 수백만원짜리 안마의자나 고화질 TV도 편의점에서 주문할 수 있다. 공과금 납부, 교통카드 충전, 택배 발송도 자연스레 편의점의 역할로 자리 잡았다.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헤아리면 수만 종에 달한다.
편의점 점주는 매번 갈등을 겪는다. 수만 가지 상품 서비스는 말 그대로 가능성이다. 숱한 가능성의 목록 가운데 무엇을 취할지 선택하는 일이 점주의 몫이다. 상권과 고객 유형에 따라 넣을 건 넣고 뺄 건 뺀다. 간혹 "다른 편의점엔 있던데 왜 여기에는 없어요?"라고 묻는 손님의 뾰로통한 표정을 대할 때마다 죄송하면서 난처하다. 열 평 남짓 편의점에 그 모든 욕망의 가능성을 다 챙겨넣을 수는 없으니.
우리 편의점에 들르는 손님 숫자만 하루 1000명에 달한다. 1000명의 사람들에게는 1000이 넘는 취향과 기호, 제각각의 색깔이 있다. 모두를 담아낼 수 없으니 몽글몽글 교집합을 취하고, 때로 다른 상점의 역할로 돌린다. 우리 편의점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용량을 따져보고 지나친 욕심은 겸허히 내려둔다. 살아가는 일이 적잖이 그렇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몇 년간 번거로워 군고구마를 취급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도입할까 고민 중이다. 매장 안에 노릇노릇 고구마 굽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