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이덕문, 끝까지 찌질했죠"

대한민국 안방에 애국심을 잔뜩 불어넣은 tvN '미스터션샤인'이 지난달 30일 뜨겁게 종영했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는 KBS 2TV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에 이어 3연타 히트 홈런을 기록했고 조선의 독립을 위한 의병들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그려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무엇보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이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은 명불허전 이름값을 해냈고 이정은, 신정근, 김갑수, 최무성, 서유정, 김병철, 조우진, 배정남, 이승준, 데이비드 맥기니스, 윤주만 등 조연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악역들은 주먹을 부르는 연기로 분노와 칭찬을 모두 얻었다. 이완익 역의 김의성, 모리 타카시 역의 김남희, 츠다 역의 이정현을 비롯해 이덕문 역을 맡은 김중희가 그렇다. 이덕문은 고애신(김태리 분)의 형부이지만 친일파 이완익의 비서 역할을 자처하며 민족을 배신한 파렴치한 인물이다.

추석 연휴 전 마포구 합정동 OSEN 사옥에서 김중희를 만났다. '미스터션샤인' 속 비열하고 매정했던 이덕문을 벗고 인터뷰에 나선 그는 변요한이 분한 김희성 캐릭터를 부러워 할 정도로 능청스러우면서 유쾌했다. 반전매력 가득한 김중희와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미스터션샤인'은 제게 빛입니다"

김중희가 연기한 이덕문은 고애신의 사촌형부이자 고애순(박아인 분)의 남편, 그리고 친일파 이완익의 심복이다.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배신을 거듭하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총에 맞아 비참하게 죽은 악질 친일파다.

"이덕문이 이완익 앞에선 어눌하고 바보처럼 굴면서 자기보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하대했잖아요. 가장 이덕문스럽게 멍청하게 죽었죠. 타카시가 묵직한 악역이었다면 전 좀 더 가벼운 악역이라 끝까지 바보스럽게 죽은 것 같아요. 얄밉고 밉상인, 이렇게 멍청한 친일파는 처음 본 것 같네요."

"사실 전 처음에 의병 역으로 캐스팅 돼서 1회분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2주 후에 역할을 바꾸자는 연락을 받았고 훨씬 비중이 늘어난 이덕문을 맡게 됐죠. 구정 때 연락 받은 거라 제겐 새해 선물이나 다름없었어요. 늘 함께하고 싶었던 감독님 작가님의 작품이라 감사함이 컸죠. 끝난 게 아쉬울 정도랍니다."

◆"멍청하고 찌질하고 바보 같은 친일파"

김중희는 영화 '군함도'에 이어 다시 한번 친일파를 연기하게 됐다. 부담감이 컸겠지만 더 강렬하게 친일파의 행적이 각인되도록 연기했다. 이번 '미스터션샤인'을 위해서는 역사 공부까지 더 했는데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우리의 아픈 역사잖아요. 친일 캐릭터가 부담스럽긴 해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확실하진 않지만 작가님이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을 모티브로 이덕문을 그린 게 아닐까 생각해서 더 공부했고요. 하지만 대본 자체가 완벽해서 그것만 보고 열심히 했답니다. 그릇은 정말 작은데 담으려고 해도 안 담기는, 찌질하고 어눌한 새로운 친일파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도깨비'를 20시간 몰아서 봤어요. 그 정도로 작가님과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기회를 주셨죠. 이덕문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고요. 시작 전부터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죠. '미스터션샤인' 덕분에 많이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고요. 악플도 다 읽었어요. 너무 많더라고요, 하하."

◆"친일파 나쁜X들"

김중희는 이완익 역의 김의성과 함께 초반 악역을 도맡았다. 후반에 강렬하게 등장한 김남희와 함께 '죽이고 싶은 밉상 악역' 쓰리 콤보를 완성한 셈. 의병으로 캐스팅 됐다가 강렬한 존재감으로 더 큰 배역을 따낸 김중희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김의성 선배는 사실 저도 처음에 무서웠어요. 기가 빨릴 정도로 아우라가 대단하시잖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저란 사람을 궁금해해주셨고 친근하게 말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많이 잡아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잊지못할 은혜를 받았답니다. 하나도 안 무서운, 아주 좋은 선배님이세요(웃음)."

"'미스터션샤인'에서 가장 나쁜X요? 타카시랑 이완익이죠. 전 얄미운 캐릭터 아닌가요 하하. 나쁜X 3인방으로 묶어주셔서 감사하지만 전 구동매(유연석 분)한테 많이 맞았거든요(웃음). 사실 다 나쁜X들이었죠. 김은숙 작가님의 욕 먹게 만드는 매직 덕분이었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미스터션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