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약 27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설립 40주년 만에 이룬 최고 실적이었다. 광장은 2012년 연매출 1560억원을 올린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안에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체기에 접어든 법률 시장에서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안용석 광장 대표 변호사에게 비결을 묻자 '조세팀' 얘기부터 꺼냈다. 안 대표는 "장기간 전략 투자한 조세 부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법인 전체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 경영진이 조세 부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건 8~9년 전의 일이다. 기업 지배구조, 인수·합병(M&A) 자문에서 기업 총수의 경영 비리 사건까지 '조세 리스크' 대응이 전방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었다. 안 대표는 "전통적인 기업 자문에서 조세 이슈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조세 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대형 로펌들은 원스톱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런던·뉴욕의 글로벌 로펌 수준에 맞춰 분야에 관계없이 '빈틈없는 자문'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광장 조세팀장을 맡고 있는 김명섭 변호사는 "최근에는 거의 모든 경제 사건과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조세 자문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 '광장이 조세 드림팀을 뽑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인재를 수소문해 5년에 걸쳐 영입했다. 안 대표는 "조세 분야는 '대규모 장치 산업'과도 같아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무조사·심판 같은 전심(前審) 절차와 소송·국제조세 등 전체 라인업을 갖추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대법원 조세조(組) 재판연구관 출신 손병준·김명섭·마옥현 변호사는 조세 소송을 위해 스카우트했다. 법리와 실무에 밝은 조세 전담 재판연구관 출신이 광장행(行)을 택한 것은 업계에서 화제였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정병춘 고문, 국세청·조세심판원 출신 강정무·조태복·장순남·김병준 세무사 등은 세무조사·불복 대응팀에 합류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찰 금융조세조사부 출신 변호사와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 변호사 등 베테랑들이 잇달아 광장과 손을 잡았다.
현재 광장 조세팀 규모는 법무법인 전체 인력(670여 명)의 14%인 90명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조세 전담 변호사가 4~5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전체 법률 서비스에서 조세 부문이 차지하는 위상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영진은 다만 처음부터 단기 실적을 재촉하지 않았다. 이는 "욕심내지 말라"는 창업자 이태희 변호사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안 대표는 "많은 기업 법무팀 관계자들이 '광장에서 OK 하면 그건 진짜 OK'라고 한다"며 "실적만을 위한 무리한 사건 수임을 철저히 금기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급 효과가 큰 승소 사례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3~4년 전부터다. 2013년부터 3년간 진행된 롯데쇼핑의 마일리지 소송은 광장에서 '역전 드라마'로 통한다. 롯데쇼핑은 국세청이 고객의 마일리지 포인트 사용 부분까지 320억원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광장 조세팀과 함께 소송을 냈다. 1·2심은 패소했다. 그런데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을 깨고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줬다. 김명섭 조세팀장은 "날카로운 세법 논리로 파고들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후 동부하이텍 77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 하이트진로 320억원대 증여세 취소 소송, 동부메탈 59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관련 70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 등에서 줄줄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김 팀장은 "대부분이 법원의 첫 판단을 이끌어 낸 리딩(leading) 케이스들"이라고 했다. 조세팀은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1000억원대 과세 쟁점을 국세청 조사 단계에서 방어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글로벌 로펌은 수익의 30~40%가 조세 자문에서 창출될 만큼 비중이 높다"며 "광장 조세팀 역시 세계적인 조세그룹으로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광장 조세팀
▲팀장: 김명섭 변호사, 심재진 미국변호사
▲규모: 90명
▲주요 처리 사건
-롯데쇼핑 320억원대 마일리지 부가세 취소 소송 승소
-동부하이텍 77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 승소
-동부메탈 590억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 승소
-하이트진로 320억원대 증여세 취소 소송 승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