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수 병무청장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둔필승총(鈍筆勝聰)' 즉, "둔한 필기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는 말씀으로 기록의 중요성과 기록이 지닌 힘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병무청은 창군이후 부터 군 복무를 마친 약 2천만 명의 병적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병적기록(兵籍記錄)이란 병역판정검사, 현역병 입영, 복무부대 배치 및 전역까지 군 복무 사항 등 병역이행의 전 과정이 기록된 모든 형태의 자료이다. 이 병적기록은 병적증명서 발급 등 개인별 병역사항 확인을 위한 중요한 기준자료가 된다.

이러한 병적기록은 행정이 전산화되기 이전에는 종이기록표, 대장 또는 필름 형태 등으로 보관?관리되다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더불어 현재는 전산DB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형태의 병적관리로 보다 신속한 병역정보 검색 및 확인이 가능해졌으나 민원서비스는 여전히 수동적 정보제공에 머무른 측면이 있었다.

필자는 약 1년 전 병무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병무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병적기록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병역이행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운전병으로 군 복무한 사람들은 취업과 관련하여 경력확인,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을 위해 “군 운전경력확인서”가 필요하나 군에서만 발급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병무청에서 보다 쉽고 빠르게 발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먼저 국방부, 軍과 긴밀히 협업하여 군 복무를 운전병으로 이행한 사람들의 세부 운전경력(면허종류, 차종, 주행거리 등) 정보를 병무행정 시스템에 연계하여 운전경력을 전산자료로 DB화 하였고, 이를 토대로 병무청에서 발행하는 병적증명서로도 군 운전경력확인이 가능하도록 병적증명서 발급시스템을 개선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올해 7월 전역자부터 「군 운전경력확인용 병적증명서 온라인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종전에 군(軍)을 경유함으로써 5일 이상 소요되던 것을 이제는 가까운 지방병무청이나 인터넷 등으로 신청 즉시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군 운전경력확인서」는 취업 및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특히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1인당 연간 약 13만원의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또한, 전환복무자의 병역이행 자긍심을 제고하기 위해 「전환복무자에 대한 병적증명서 발급체계」를 개선하였다. 그 동안 의무경찰 등 전환복무로 병역이행을 마친 사람들의 병적증명서에는 실제 복무사항이 아닌 "육군/병장"으로 기재하여 발급하였으나,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환복무자 80여만 명의 복무사항을 인수받아 복무기록 DB를 구축함으로써 이제는 본인이 원하면 "의무경찰/수경" 등 실제 복무한 분야와 계급 등이 기재된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헌법과 병역법에 의해 마땅히 이행하여야 할 기본의무이기 때문에 병무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견지해야 한다. 하지만 병역의무를 자율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들에 대하여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병무청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다.

앞으로도 병무청은 매년 수십만 건씩 축적되고 있는 병적기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국민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병적기록의 관리차원을 뛰어넘어 디지털 병적기록의 장점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군 복무가 사회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존중받는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병무청은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