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구동매를 배신하다니!"

김민정에게 "누가 너를 해하려거든 울기보다 물기를 택하렴"이란 조언을 받았다. 이를 보란듯이(?) 활용해 유연석을 배신하고 악녀로 끝맺음을 했다.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글로리 호텔의 여급이었다가 쫓겨난 후 유연석에게 누명을 씌운 귀단 역을 맡은 배우 김시은의 이야기다.

최근 합정동 OSEN 사옥에서 김시은을 만났다. 배신녀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선한 인상에 참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미스터 션샤인' 속 그가 그릴 귀단의 배신이 시청자들에게는 더 뼈아팠을 터. 착한 김시은은 어떻게 변심한 귀단으로 완벽하게 분했을까? 그와 함께 나눈 '미스터 션샤인' 이야기보따리는 이렇다.

◆"제가 구동매를 배신할 줄이야"

김시은은 초반 쿠도 히나(김민정 분)의 착실한 여급으로 유진 초이(이병헌 분), 고애신(김태리 분)과도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유진 초이의 방을 뒤졌고 이 때문에 쿠도 히나에게 쫓겨났다. 이에 앙심을 품은 그는 구동매(유연석 분)가 미국 선교사 요셉의 살인범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며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사실 초반엔 귀단이 주인공들을 돕는 긍정적인 캐릭터로 알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캐스팅이 모두 완료되고서 귀단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들었죠. 그런 성향의 인물이 필요해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급선회 하신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생각한 인물이 180도 달라져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쉬운 인물이 아닌데 저한테 맡겨 주셔서 감사했죠."

"주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었지만 사실 걱정도 컸어요. 초반에는 귀단이 안 나빴는데 갑자기 쌩뚱맞게 변하는 것처럼 느끼실까 봐요. 하지만 단순한 호텔 직원이 아닌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으로 그려주셔서 감사했죠. 귀단으로서는 구동매가 워낙 사람들을 죽이고 나쁜 짓을 하니까 누명을 씌워도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았을까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거고요. 하지만 '울기보다 물기를 택하라'는 조언을 듣고 구동매를 잘못 물었죠(웃음)."

◆"김은숙x이응복, 민폐 안 되고 싶었죠"

이응복 감독과 김은숙 작가가 귀단을 복합적인 캐릭터로 발전시킨 덕분에 이를 연기한 김시은은 더욱 빛났다. 물론 유연석이 연기하는 구동매가 워낙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기에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귀단을 보며 악플이 쏟아졌지만 배우로서는 그 만한 칭찬이 없다.

"감독님이 귀단의 초반 모습은 약해보이지만 나중에 점점 입체적으로 가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의욕적으로 연기했죠. 상대 배우들도 마찬가지였고요. 드라마 촬영장 자체가 배려적이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게 집중했죠. 김은숙x이응복 두 분의 작품에 출연하는 거니까 기대와 기쁨이 컸지만 민폐가 안 되게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거든요."

"'울기보다 물기를 택하라'는 대사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대사가 좋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쿠도 히나가 귀단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참 강렬했죠. 그 말로 귀단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뀐 게 아닐까요. 쿠도 히나를 노련하게 소화한 김민정 선배 덕분이죠. 많이 배웠어요. 무엇보다 너무 아름다웠고요. 어떻게 그렇게 인형 같을 수 있을까요?"

◆"'미스터 션샤인', 연기 배움의 장"

김시은은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이라는 대선배를 마주했고 영화 '아가씨'에 함께 출연했던 김태리를 다시 만났다. 숨막히게 몰입한 유연석의 연기와 함을 이뤘고 아름다운 김민정과 투샷을 완성했다. 김시은으로서는 쟁쟁한 배우들과 한 번 이상씩 붙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기 배움의 장이었다.

"유연석은 서글서글하게 잘 챙겨주더라고요. 구동매로 연기할 땐 무서웠지만요. 고문 받은 후 제가 들어가서 거짓 증언을 했잖아요. 서로 엄청나게 집중했죠. 공기도 달랐고요. 이병헌 선배는 워낙 스타라서 거리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죠."

"연기 신들의 쟁쟁한 대결이었어요. 제가 안 나오는 신 촬영이라도 현장에 가서 보고 공부했죠. 행복한 배움의 현장있었답니다. 특히 김태리 배우는 정말 반가웠어요. '아가씨' 때 둘 다 하녀였는데 애기씨로 신분상승했다고 장난도 쳤죠. 김태리로서는 첫 드라마인데 준비를 많이 해서 너무 잘 소화한 것 같아요. 정말 멋있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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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미스터 션샤인', 화앤담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