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를 17초에 뛴다. 쉬지 않고 같은 페이스로 100m 달리기를 421번 한다. '마라톤 킹' 엘리우드 킵초게(34·케냐)를 따라잡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킵초게는 지난 16일 독일 베를린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1분39초에 주파해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4년 전 같은 대회에서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가 세운 2시간2분57초 기록을 무려 78초 앞당긴, 괴물 같은 성적이다. 독일 슈피겔은 이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상대를 8대0으로 꺾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말이 안 되는 기록이란 얘기다.

지난 16일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1분39초의 세계 기록으로 우승한 일리우드 킵초게. 그는 42.195㎞를 시속 약 20.9㎞로 꾸준히 달려 기록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2.195㎞를 남기곤 100m 당 걸린 시간이 평균 16초71이었다.

영국 BBC가 킵초게의 기록을 분석했다. 킵초게는 베를린 마라톤에서 평균 시속 13마일(약 20.9㎞)로 42.195㎞를 달렸다. 시속 20㎞는 웬만한 전동 킥보드를 빠르게 몰면 나오는 속도다. 한국의 자전거 도로 대부분은 제한 속도를 20㎞로 해두고 있다. 실제 킵초게가 베를린 코스를 달릴 때 주민들이 옆에서 전력 질주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지만 킵초게에게 밀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킵초게는 이 대회에서 10㎞ 지점까지 29분1초를 기록했고, 딱 절반까지는 1시간1분6초가 걸렸다. 이후 지치기는커녕 페이스를 더 끌어올려 남은 절반을 1시간33초에 주파했다. 100m를 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전체 평균 17초29였는데, 마지막 2.195㎞에서 16초71로 가장 빨랐다.

이제 킵초게가 꿈의 1시간대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킵초게는 작년 이탈리아의 F1(포뮬러 원) 서킷에 마련된 특설 코스에서 2시간25초로 42.195㎞를 주파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2시간 벽을 깨보자'며 작정을 하고 킵초게를 지원해 이뤄진 프로젝트였다. 당시 코스가 자동차 레이스 서킷이었고, 달릴 때 페이스 조절 기기 등을 쓴 탓에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킵초게는 "내겐 이 기록이 개인 베스트 기록이자 세계신기록"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개인 기록(2시간25초)을 깨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루지 못했다. 킵초게로선 현재에 안주하지 않을 강력한 동기가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