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은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35차례나 세우며 '인간 새' 소리를 듣던 세계 육상의 전설 세르게이 붑카(53·사진)가 88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17일 열린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식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해 참석한 그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대신해 축사를 했다. 붑카는 "바흐 위원장이 나를 직접 지목해 참석하도록 했다"며 "선수로서, 또 IOC 위원으로 서울올림픽을 함께한다는 것에 감개무량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붑카는 인터뷰 도중 복도에 있는 행사용 철제 막대기를 보더니 장대높이뛰기 자세를 잡으면서 "지금도 장대만 보면 잡아 쥐고 날아오르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소련 대표로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해 5m9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3차례 올림픽에선 소련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대표로 나섰지만 부상과 불운으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붑카는 1991년 세계 최초로 6m10 벽을 넘었고, 이후에도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을 휩쓸며 장대높이뛰기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가 1994년 실외 경기에서 세운 6m14의 세계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붑카는 선수 시절 21년 동안 세계기록을 무려 35차례나 세웠다. 그는 "남들이 보면 나를 얄밉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1㎝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조금만 욕심을 더 부리면 낭패를 당한다"며 "기록을 조금씩 높여가면서 내 인생도 도약했다"고 말했다.
붑카는 2013년 IOC 위원장 선거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집행위원으로 국제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수 은퇴 후 2002년 우크라이나의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정치인으로도 활동해왔다. 우크라이나 올림픽위원회 수장이기도 한 그는 '올림픽의 날'을 제정해 전국 25만여 개 학교에 올림픽 테마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식'과 '운동'의 중요성을 주입해왔다.
붑카는 "서울올림픽을 치른 지 30년이 지난 한국은 누가 봐도 스포츠 혁신 국가로 변모했다"며 "우크라이나도 한국처럼 스포츠를 통해 국제사회에 강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