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가 간만에 싱글을 냈다. 리더 조웅의 무심창법이 빛나는 ‘여름밤’이다. 지금까지 인디 팬들을 달뜨게 했던 그 구남의 아우라가 오롯이 빛난다. 그런데 음원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서만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공개돼 18일 오전 현재 2927회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왜 유튜브로만 신곡을 공개했을까. 4집은 언제 나오는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구남을 만났다.

구남은 현재 기타와 보컬의 조웅, 키보드와 베이스의 김나언, 드럼의 유주현 3인체제(사진 오른쪽부터). 김나언은 개인사정으로 인터뷰에 불참했다. 인터뷰는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초입,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잡은 구남 작업실 '모래내판타지'에서 이뤄졌다.

= 반갑다. 이곳 작업실 찾느라 진짜 힘들었다. 이곳에 작업실을 차린 이유가 있나. 

(조웅) “아랫층 고깃집 사장님이 친구의 친구의 어머니다. 10년 동안 비어있었는데 소개를 받아 올 초 들어왔다. 10년 전에는 점집이었다고 한다. 옆에는 노래방이다. 신명이 있는 건물인 셈이다. 이 곳에 일주일에 7일 정도 와서 지낸다(웃음).”

= 지난 2013년 ‘밴드의 시대’ 때 정말 재밌게 봤다. 4전4패였지만(웃음). 그래도 송창식의 ‘우리는’ 무대는 개인적으로 최고였다. 

# ‘밴드의 시대’ 구남 활약상

2회 방송분 : 김현식 '주저하지 말아요' 209점, 갤럭시 익스프레스(김정미 '바람' 252점)에 패
3회 방송분 : 미쓰에이 '배드걸 굿걸' 224점, 솔루션스(지디&탑 'Oh Yeah' 251접)에 패
4회 방송분 : 방실이 '서울탱고' 234점, 몽니(김도향 '바보처럼 살았군요' 254점)에 패
6회 방송분 : 송창식 '우리는' 231점, 쏜애플(코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42점)에 패

(조웅) “맞다. 4전4패였다(웃음). ‘우리는’이 좋았다는 얘기들 많이 하신다.”

= 신곡 ‘여름밤’, 잘 보고 잘 들었다. 외국 해안가 같던데. 

(조웅) “외국 같나? 티를 안내려고 했는데. 미국 로드 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라는 곳이다. 유튜브 영상이 끝나면 뜨는 리즈드(RISD) 학교 소유의 해안이다. 그곳에서 애들 가르치는 친구가 자기 학생과 함께 제작했다. 두 달 동안 전화로 통화하면서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도록 했다.”

= 어떤 곡인가. 

(조웅) “쉬운 가사다. 여름밤 해변에 누워보니 좋더라, 달과 내가 멀더라, 이런 얘기다. 2절은 별을 봤더니 내가 작구나, 바다소리를 들어보니 지구가 숨을 쉬고 있구나, 이런 내용. 이 음원은 사실 지난해 솔로 작업차 가 있었던 대만 타이난에서 만든 곡이다. 하지만 만들고 보니 구남의 곡으로 써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다 녹음한 곡을 한국에 갖고와 가사를 붙여 완성했다. 공동작업 곡이 아니다보니 먼저 싱글로 던지게 됐다.”

= 왜 음원으로 공개하지 않았나. 

(조웅) “단순하다. 유통사 계약이 안돼서다. 어차피 4집 음반으로 나올 것이기도 하고. 비디오 영상에 포커싱을 주려는 이유도 있었다.”

= 개인적으로 4집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앨범 타이틀은 정했나. 

#1.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디스코그래피

2007년 11월28일 = 1집 우리는 깨끗하다
2011년 8월25일 = 2집 우정모텔
2015년 7월7일 = 3집 썬파워

#2.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약칭 '구남'은 오랜 친구였던 조웅(기타 보컬)과 임병학(베이스 코러스)이 결성했고 세션 드럼을 써서 1, 2집을 발매했다. 2집 활동 때 키보드의 김나언과 드럼의 박태식을 영입, 4인조로 변신해 3집을 발매. 그러면서 자신들의 회사 아시아레코즈를 설립했다. 3집 발매 후 임병학과 박태식이 탈퇴했고, 3집 활동을 하면서 오선택(베이스)과 유주현(드럼)이 합류했다. 현재 조웅, 김나언, 유주현 3인체제로 활동 중이다. 1집 '우리는 깨끗하다'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등 4개 부문, 2집 '우정모텔'은 최우수 모던록 부문, 3집 '썬파워'는 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에 올랐다.

(조웅) “11월에 나올 것 같다. 앨범 타이틀은 ‘모래내 판타지’, 이곳 작업실 이름과 똑같다. 사실, 올 1월 직접 공사를 해가며 이 작업실을 만들 때부터 앨범 제작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판타지’라는 클래식 장르를 자유롭게 변주하고 싶었다. ‘여름밤’을 포함해 총 9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타이틀곡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 구남이 미리 공개한 '모래내 판타지' 트랙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물불 2. 망한나라 3. Nothing Compare 2 U 4. 지워진 천구 5. 우리는 끝없이 흐른다 6. 무지개 7. 재개발 8. 여름밤 9. 오 싱가포르

= 왜 하필 모래내인가. 

(조웅)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살았다. 제가 살던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왔지만 이 곳 시장에서 곱창 먹고 놀고 그랬다. 본가도, 처가도 이 근처다. 이 곳은 뭔가 느낌적으로 여유가 있다. 느긋하고 느리고 길고. 노인들이 많은 동네라 기운 자체가 그렇다. 저희는 이런 게 편하다.”

= 11월에 나오는 4집은 어떤 형식으로 나오나. 설마 또 유튜브로만 나오는 것은 아닌가. 

(조웅) “CD가 아닌 LP로 제작한다. 11월(10~11일) 구 서울역사에서 열리는 서울레코드페어에 맞춰 그때 바이닐로 공개할 것이다. CD는 30년이 지나면 (수록곡이) 증발한다는 얘기도 있고.”

= 유주현씨, 너무 오래 기다리셨다(웃음). 유주현씨는 구남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유주현) “소개 받고 들어와서 3집 활동 때부터 같이 했다.”

(조웅) “이 친구가 다니던 학교(동아방송대)의 교수님이 친한 누님인데, 구남에서 드러머가 필요한 것을 알고 마땅한 친구를 넣어주셨다. 드럼을 전공한 친구다.”

= 원래 구남을 잘 알고 있었나. 

(유주현) “92년생이라 사실 구남을 잘 몰랐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라는 이름 또한 너무 길고 어려웠다. 처음에는 구남을 군함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다 라이브 영상 찾아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개받자마자) ‘바로 갈게요’ 했다. 그게 2016년 일이다.”

(조웅) “당시 오선택(베이스)과 함께 4명이서 좀 하다가, 오선택이 나가고, 건반 치던 (김)나언이가 건반으로 베이스도 치게 됐다.”

(유주현) “밴드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정말 정신없이 2년을 보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주를 어떻게 해야겠구나, 사회생활이 이런 것이구나, 많이 깨달았다.”

(조웅) “많이 울었다(웃음).”

(유주현) “빡셌다(웃음). 하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게 더 많았다. 공연 때문에 외국도 처음 나가보고. 맨처음에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아시아투어를 다녀왔고, 올해는 홍콩과 중국을 다녀왔다.”

= 유주현씨가 본 ‘여름밤’은. 

(유주현) “구남을 처음 소개받고 영상 찾아보며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구남으로 활동하면서 형의 ‘여름밤’을 들어보니 조금은 새롭더라. 좋았다.”

(조웅)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없어서 싱글로 던진 것이다. 어쨌든 제가 팀의 리더이고 형이기 때문에, ‘이번엔 이렇게 갈거야’ 이런 의미가 ‘여름밤’에 있다. 하지만 4집의 다른 작업들은 공동작업이 될 것이다. 현재 70% 정도 완성됐다.”

= 오늘 자리에는 없지만, 조웅씨가 본 김나언씨는.

(조웅) “2집 활동 때 합류했다. 그 친구의 선생님이 아는 형이었다. 아소토유니온에서 건반 치다가 지금은 펑카프릭에서 활동 중인 림지훈이다. 그 형한테 ‘건반이 필요한데 누구 없냐?’고 물었더니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하길래, ‘춤을 잘 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날 ‘한 명 있다’고 전화가 와 소개받은 친구가 바로 김나언이다.”

= 밴드 멤버가 왜 춤인가.

(조웅) “악기 연주하는 사람은 노래도 춤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손가락으로만 연주하는 게 아니다.”

(유주현) “저도 원래 거의 몸치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연주는 손가락, 발가락으로만 하는 게 아니더라.”

= 4집 나오면 그때 정식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다. 아, 평소 궁금했던 것 하나만 더 물어보고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라고 지었나.

(조웅) “그냥 좋아하는 단어를 합친 것이다. 처음에는 숫자 9, 디스코, 스텔라를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엄정화의 ‘디스코’가 엄청 인기를 끌어서 디스코를 빼버리고, 마침 연애를 처음 해보던 때라 ‘남과 여’를 집어넣게 됐다. 숫자 9는 꽉 안차고 조금 모자란 게 좋았다. 홀수라 짝이 안맞는 것도 좋았다. 스텔라는 잘 아시는 대로 차 이름이다. 1987년 아버지 차가 스텔라, 임병학 어머니 차도 스텔라였다. 아버지가 스텔라를 운전하면서 카세트테이프 데크에서 송창식이나 사이먼앤가펑클, 박인희 테이프를 틀어주시던 추억이 있다.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 왠지 그 풍류를 알 것 같았다. 수고하셨다.”

p.s. 이러한 어렸을 적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조웅씨는 최근 자신이 제작한 밴드 교정의 EP '한심한 생각'(11일 발매)을 음원과 함께 카세트테이프로 선보였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