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가족’ 등에 출연한 일본 원로 배우 키키 키린(樹木希林)이 15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75세.

영화 ‘어느 가족’에 출연한 키키 키린의 모습.

16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키키 키린은 15일 도쿄(東京) 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4년 유방암에 걸린 후 14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지난달 13일 왼쪽 대퇴부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뒤 곧 퇴원했지만, 사고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키키 키린은 194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우치다 케이코(内田 啓子)로, 1961년 극단 분가쿠좌(文學座) 입단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1964년 ‘일곱 명의 손자’로 드라마에 데뷔한 후에는 1974년 TBS 드라마 ‘테라우치칸타로(寺内貫太) 일가’에서 주인공 칸타로의 어머니를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뒤에도 어머니·할머니 역할을 맡으며 일본의 ‘국민 어머니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에 출연한 키키 키린(오른쪽).

키키 키린은 암 투병 이후론 주로 영화를 통해 활동해왔다. 한국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 출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키키 키린이 출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주요 영화로는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이 있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에서도 한 가족의 할머니 역할을 맡아 투병 중 열연을 펼쳤다.

영화 ‘내 어머니의 인생’에 출연한 키키 키린(왼쪽).

키키 키린은 2007년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2013년 ‘내 어머니의 인생’으로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걸어도 걸어도’ ‘악인’ 등으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록 뮤지션 우치다 유야(内田裕也·78)와 수십년간 별거하며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딸 우치다 아야코(内田也哉子·42)와 사위 모토키 마사히로(本木雅弘·52)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