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남 영광군의 한 모텔에서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은 남학생 2명이 미리 ‘초성게임’을 계획해 만취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전남 영광경찰서에 따르면 가해가 정모(17)군과 백모(17)군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A양(16)을 술 게임의 일종인 초성 게임으로 취하게 만들어 성폭행할 계획을 사전에 세웠다고 한다. 초성 게임은 초성 자음에 맞는 단어를 늦게 말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한글 자음 ‘ㅅ(시옷)’과 ‘ㄹ(리을)’을 말하면 ‘소름’, ‘사랑’, ‘소리’처럼 해당 자음들로 구성된 단어를 빨리 답하는 식이다.
정군과 백군은 범행 당일 새벽 12시 30분쯤 전화로 A양을 불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소주 6병과 과자 등 안주를 사서 모텔에 투숙했고, 이후 ‘술게임’을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남학생 둘이 메신저로 답할 단어를 미리 짜놓아 A양이 번번이 술게임에서 지게 됐다"고 했다. A양은 1시간 동안 소주 2병 반 이상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군과 백군이 이날 오전 2시 10분에서 오전 4시 15분 사이에 A양을 성폭행하고 방치한 뒤 모텔을 빠져나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모텔에서 (A양과) 성관계 할 때만 해도 의식이 있었는데, 씻고 나오니 A양이 깊이 잠들어 있어 그냥 나왔다"고 진술했다.
A양은 같은날 오후 4시쯤 객실을 청소하러 들어온 모텔 주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정군과 백군의 DNA가 검출됐다. A양의 1차 부검 결과 외상(外傷)이나 내출혈 등은 특이 소견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여 만인 13일 오후 9시쯤 각자의 집에서 정군과 백군을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과 사망의 연결 관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지난 15일 정군과 백군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해 A양의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 부검을 통해 성폭행과 사망의 연결 과정을 파악할 것"이라며 "피의자들이 살해와 관련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