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고물상 ‘주마’의 탑차. 이사철에는 방문 수거 의뢰가 20~30% 늘어난다.

직장인 김모(45)씨는 지난 3월 이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보다 10평가량 줄어든 아파트로 옮겨가는 바람에 짐을 다 가져갈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학창 시절부터 모았지만 이젠 거의 읽지 않고 있는 책들을 이참에 처분하기로 했다.

수거 업체에 의뢰하자 사흘 뒤 직원들이 찾아와 책과 종이류를 1000㎏쯤 실어갔다. 매입 가격은 ㎏당 50원. 김씨는 "중고 서점에서도 받지 않는 책들이었는데 직접 방문해 거둬가고 집에 빈 공간도 생기니 속이 후련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고물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고 수거'로 검색하면 '수거왕' '동고물' '주마' '여기로' '피커스' 같은 업체들이 뜬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주마'의 경우 방문 수거 횟수가 지난해 상반기 8200건에서 올해 상반기 1만1170건으로 증가했다. 성수기인 봄·가을 이사철에는 수요가 20~30%씩 더 늘어난다.

과거의 그 고물상이 아니다. 고객은 먼저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는다. 헌옷(이불·신발 포함), 헌책(종이류), 비철류(냄비·프라이팬 등), 소형 가전(전자레인지 등), 폐휴대폰을 비롯해 처분할 품목과 양, 날짜를 입력하기만 하면 수거업체 직원들이 트럭을 몰고 와 실어간다. 매입하는 품목은 업체마다 다르다. 지난달 모바일 고물상으로 헌옷과 헌책을 처분했다는 오현주(38)씨는 "예약과 동시에 예상 견적을 알려주고, 끙끙거리며 직접 옮기지 않아도 돼 편했다"고 했다.

낮은 매입가가 단점이다. 헌옷은 ㎏당 300원, 종이류는 ㎏당 50원, 비철류는 ㎏당 400원, 폐컴퓨터는 개당 3000원, 폐휴대폰은 개당 700원, 소형 가전은 개당 1000원에 사들이는 식이다. 그야말로 고물 가격. 예상 견적이 5000원을 넘겨야 방문 수거가 가능하다.

핵심 고객은 30~40대 여성이다. '주마'를 운영하는 중고나라 유승훈 실장은 "이사하거나 짐을 처분할 때 결정부터 연락까지 대체로 여성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고물상협회 안정일 부회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헌 물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고물상 하면 벤츠를 끌 수 있다'던 시절은 10년 전에 끝났다"면서도 "방문 수거해 되파는 사업은 물건 훼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