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해 중위소득이 사상 최고치로 증가했지만,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소득이란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을 말하는데, 이는 소득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미 인구통계국은 12일(현지 시각) 지난해 미국의 중위소득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6만1400달러(약 69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위소득 측정을 시작한 1967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미국 중위소득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미국이 2007~2009년 겪었던 경제 위기로부터 회복되는 것을 증명한 지표라는 분석이다.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이 하락해 가계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7년 미국 일자리는 220만개 증가했고, 이후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인 3.9%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빈곤율도 2016년 12.7%에서 지난해 12.3%로 하락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서 2017년 중위소득이 사상 최고치로 증가했지만, 인종 간 불평등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종 간 소득 수준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백인, 아시아계 가계의 중위소득은 2017년 전년 대비 2.6% 늘어난 6만8145달러(약 7700만원)를 기록했지만, 히스패닉계의 중위소득은 3.7% 증가한 5만486달러(약 5600만원)에 그쳤다. 아프리카계의 경우 오히려 0.2% 감소했다.

빈곤율에서도 인종 간 차이가 나타났다. 아프리카계 가계의 빈곤율은 가장 높은 21.2%였고, 히스패닉계는 18.3%, 아시아계와 백인계는 각각 10%, 8.7%로 집계됐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인종 간 소득 차이가 빈곤율 개선 속도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엘리스 굴드 EP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소득 증가가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져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이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2017년에는 상위 계층에서 더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불평등 양상이 다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빈곤율이 감소한 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부터 이어진 추세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토퍼 IHS마킷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주식시장과 전반적인 산업 심리가 회복된 것은 맞지만, 빈곤율이 줄어드는 추세를 이어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