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몽골 셀렝게주(州) 토진나르스. '유한킴벌리 숲'이라 쓰인 입간판을 지나 4층 높이 전망대에 올라가자 높이 3~4m짜리 어린 소나무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중간 중간 불탄 나무도 보였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350㎞ 떨어진 이곳은 몽골을 대표하는 침염수림 지대였다. 1990년대 두 차례 산불이 나 서울 면적 절반 가까운 숲이 소실됐다. 소나무는 자연 번식을 멈췄고 나무가 죽은 자리는 사막이 돼 갔다.
2003년 이 땅에 소나무를 다시 심은 것은 한국인들이었다. 유한킴벌리와 시민단체 '동북아산림포럼'은 15년간 32.5㎢에 1013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이날 되살아난 숲에 '유한킴벌리 숲'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입간판을 설치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전근우 동북아산림포럼 공동운영위원장은 "토진나르스라는 이곳 지명이 원래 '끝없는 소나무 숲'이라는 뜻에서 왔다"며 "15년간의 나무 심기 사업으로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되찾게 됐다"고 했다.
몽골 정부는 2001년 국가 차원의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한킴벌리와 동북아산림포럼은 몽골 지역 사막화로 황사와 미세 먼지가 심해지자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복원 사업 초기에는 곡절이 많았다. 유목민인 지역 주민들에겐 '나무를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땅에 양분이 없어 묘목을 심어도 말라죽는 일이 많았다. 김세빈 동북아산림포럼 수석공동운영위원장은 "이곳 사람들이 가지치기와 간벌을 꺼려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전문적인 숲 관리 체계를 이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독일 기업들도 숲 복원 사업에 참여했다. 전근우 위원장은 "실패해도 이듬해 한국인들이 또 찾아와 묘목을 심는 것을 보면서 지역 주민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역민이 숲 가꾸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복원 사업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숲 재생이 나의 업(業)"이라고 했다.
토진나르스는 앞으로 이 숲을 생태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야생동물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호수도 만들 예정이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유한킴벌리 숲'이 미세 먼지를 막고 동북아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