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는 7일 노무현 정부가 출범시킨 전국 혁신도시 10곳에 대한 대대적인 예산·법령 지원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을 내다보고 '수도권 대 지방' 대결 구도를 만들어 표(票)를 얻으려는 속셈"이라며 반발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군 소재 전남도청에서 '전라남도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혁신도시 내 학교, 어린이집, 의료 시설이 갖춰지면 젊은 사람이 많이 정주(定住)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혁신도시 시즌 2'를 만들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에 이어 3일 만에 혁신도시 확대 개발론까지 꺼내 든 것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었다. 2002년 대선 때부터 행정수도 이전으로 선거의 쟁점을 만들었던 현 여권(與圈)이 이해찬 대표 취임 이후 다시 '지방 이전' 이슈를 꺼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법 개정을 통해) 지역 청년 인재가 혁신도시 공공기관에 의무 채용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고, 박광온 최고위원은 "실질적으로 지역에 돈이 떨어지고 돈이 지역에서 돌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주(定住) 여건 개선, 기업 유치, 산학연(産學硏) 강화 등 혁신도시 사업에 국비 예산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은 혁신도시가 정체된 것을 보수 정권과 한국당의 실패로 규정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혁신도시가 정주 요건을 제대로 못 갖춘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태년 의장은 "(참여정부에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구상했던 혁신도시의 모습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다.

앞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가족을 분리시키는 가슴 아픈 정책"이라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낮은 이주율, 혁신도시 지가(地價) 상승과 그 외(外)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 공공기관 직원과 원주민 간의 화합 문제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공기관 이전은 역사적 과업이라고 치켜세우던 국민대 김병준 교수는 어디로 갔는가"라며 "여야(與野)가 초당적으로 지방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지원 카드는 이해찬 대표가 주도했다. 이해찬 대표는 "(혁신도시가 좋아져서) 정주하면 출퇴근 시간이 얼마 안 걸리기 때문에 생활이 자유로워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가 국무총리로 있을 때 나주 혁신도시를 광주, 전남이 함께 공동으로 만든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35조원으로 재벌급에 가까운 한국전력이 (나주에) 왔기 때문에 에너지밸리나 전기차 등 연관 산업들이 파생적으로 잘 발전하도록 중앙정부와 도에서 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혁신도시 지원 방침은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당·청(黨靑)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을(乙)과 을의 싸움', 부동산 급등에 따른 비(非)강남 지역 소외감 등 '정권 무능론'에 맞서는 여권의 국면 전환 카드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