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서울 상도동 다세대주택 건설 현장에서 흙막이 시설이 붕괴하면서 인근 유치원 건물이 크게 파손돼 일부 가라앉는 일이 벌어졌다. 유치원 건물 바로 아래쪽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지상 3층 유치원 건물은 기둥이 바스러지고 창문과 외벽도 떨어져나간 채 아래로 굴러떨어질 듯 심하게 기울었다. 이 유치원에는 7개 학급 122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낮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상상도 못할 재앙이 됐을 것이다.

사고 전부터 유치원 교실 벽과 바닥 곳곳에 금이 가는 등 여러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달 안전진단 결과 흙막이 옹벽에서 균열도 관측됐다. 몇 달 전 유치원 측 의뢰를 받은 전문가가 붕괴 위험을 경고한 일도 있다. 유치원·학부모 등이 민원을 제기해 구청이 시공업체에 보강 공사 지시까지 했다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당국의 조치가 형식적이었거나 시공업체가 무시하고 부실 공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서울 가산동에서도 오피스텔 공사장의 흙막이가 붕괴하면서 공사장과 아파트 사이 도로가 6m 아래로 내려앉았다. 건물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터파기 공사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언제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4년 전 세월호 참사는 선박 회사의 안전 불감증과 감독 당국의 무사안일이 빚은 참사였다. 그 뒤로도 세월호보다 규모만 작았지 비슷한 사건이 이어졌다. 지하철끼리 추돌하고, 환풍구가 무너지고, 병원과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해상 조난 사고를 당한 선박은 지난해 사상 최대였다.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나 '설마 공화국' 고질병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큰 사고가 나면 정치 공격에 이용하거나 애도 쇼나 벌인다. 목숨을 운(運)에 맡기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