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선언 이행에 수반되는 비용 추계안도 함께 낸다고 한다. 국회 비준은 대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8~20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전에 비준안 통과를 기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낼 태세다. 방북 특사단이 성과를 내 비핵화 모멘텀이 생겼다고 한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가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김정은의 말 한마디다. 김정은이 비핵화 시한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이 말은 특사단의 공식 발표문에도, 북한 보도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특사단장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 지나가듯 한 말인데 몇 시간 후 청와대 대변인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전달이 잘 안 됐다"고 부연했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핵심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있나. 정말 김정은의 의지가 담겨 있는 말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특사단 성과를 자찬하는데 미국은 시큰둥하다. 정 실장에게 방북 결과를 전해 들은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특사단 성과에 대해 아무 언급 없이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고만 했다. 미 의회에서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원한다는데 그 말과 일치하는 행동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냉소적인 말이 들린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은 비핵화할 의지가 확고한다는 말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김정은의 그 육성을 듣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비핵화의 첫발인 핵폭탄, 핵 물질, 핵 시설에 대한 신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말만 했다고 하고 실제 조치가 없다. 지금 판문점 선언을 국회 비준까지 하는 것은 과속이다. 북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지켜봐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