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0.47% 올라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 등을 담은 8·27대책을 내놓은 직후인데도 이렇다. 치솟는 집값 앞에서 가장 좌절하는 것이 2030 청년 세대다. 어제 본지 기사에 실린 한 31세 회사원은 30㎡짜리 원룸에 살면서 월급 230만원의 4분의 1을 집세로 낸다면서 "내 인생은 마이너스"라고 했다. 대부분 청년 세대의 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학자금 대출로 빚지고 월세 내다보면 1000만원 모으기도 어렵다. 평생 집도 못 산다'고 자조하는 글이 숱하다. 집 사느라 고생하느니 차라리 해외여행 가고 현재를 즐기자는 자포자기 풍조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전체의 아파트 평균가는 이미 7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평균 전셋값도 4억3000만원에 달한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청년 세대는 주거 빈곤층으로 내몰린다. 20대 청년의 월평균 임금이 172만원인데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는 그 절반 가까운 77만원이다. 서울의 1인 청년 가구 10명 중 3명이 속칭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에 산다는 통계도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쓰다 빚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었다. 집값이 청년들을 꿈을 잃은 세대로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여당 의원이 국토부의 미니 신도시 건설 정보를 미리 빼내 홈페이지에 띄우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밀이 요구되는 개발 자료가 국회의원 손에 쉽게 들어간 것을 보면 이미 투기세력 손에 각종 정보가 넘어가 있을지 모른다. 이 일은 부동산과 관련해 정부 안팎서 벌어지는 황당한 행태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부동산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값이 12%나 올랐고 지방 집값은 떨어져 격차가 더 확대됐다. 앞뒤 살피지 않은 어설픈 규제 위주 정책의 역효과다. 그나마 규제를 제대로 일관성 있게 하는 것도 아니다. 컨트롤 타워 없이 당·정·청 인사들이 저마다 훈수 두는 중구난방이 벌어지고 오늘 발표는 내일 뒤집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 시장에서 무시당할 정도가 됐다. 부동산 담당 장관이 '○○ 누님'이라며 조롱 대상이 되고, 정부 대책이 나오면 그 허점을 파고드는 역매수 조언이 나돈다. 청년들은 정부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더 큰 절망을 느낀다.

그제 대통령은 '국민의 전 생애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포용국가'를 발표했다. 지금 집값 상황을 보면 무슨 희극 같다. 이 정부의 포용국가론대로 세금을 퍼부으면 그 부담은 전부 지금 2030세대가 져야 한다. 정부는 2030세대의 취업길을 막고 있는 귀족노조의 기득권 철밥통은 본체만체한다.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 회생을 위한 규제혁신은 대통령이 말만 하고 여당은 뭉개는 일이 반복된다. 청년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나. 포용국가 얘기하기 전에 눈앞에 닥친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것이 국민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