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인 여성이 패션모델을 할 수 있을까'
탈모를 겪는 여성도 ‘런웨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대머리로 화보 촬영에 나선 이들이 있다. 영국 여성 에반젤린 베츠와 니콜라 맥어보이는 머지사이드주 리버풀에 있는 한 광장에서 한껏 ‘포즈’를 취해 보였다. 모델의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긴 해도 여느 패션모델 못지않았다.
영국에서는 최근 ‘#Alopeciaisfashion(탈모도 패션이다)’란 캠페인이 생겨났다고 BBC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대머리인 여성도 패션업계에서 충분히 모델로 활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탈모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운동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여성이 가발을 쓰지 않은 채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식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를 경험한 영국 여성의 수는 800만명에 이른다.
캠페인 창시자 클레어 나무콜로는 탈모를 겪은 자신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탓에 머리카락을 펴는 약품을 사용하거나 ‘브레이즈’라 불리는 땋은 머리를 하는 일이 잦았다. 그 영향으로 머리카락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한 그는 "외로움이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해당 캠페인에 동참하는 이들은 패션모델의 천편일률적인 외모를 지적한다. 더욱이 대머리인 여성 모델은 패션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콜로는 "패션계에서의 모델은 머리카락이 길어야 한다는 등의 표준적인 외모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는 캠페인을 통해 패션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인식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나아가 탈모를 겪은 여성에게 자신감 심어주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들은 외모 때문에 하락하는 자신감에 관한 이야기를 공통으로 털어놓는다. 베츠는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가 ‘여자애가 마음에 들지만 머리카락이 없다더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면서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처참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맥어보이도 "우리는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할 거야’, ‘남자들은 나를 혐오할 거야’라는 등 탈모에 관해 사람들이 나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을 늘 생각하며 자라왔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캠페인이 언젠가 탈모 여성에 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멕어보이는 "만약 사람들이 우리가 길거리에서 패션 사진 촬영하고 있는 광경을 본다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멕어보이는 현재 탈모를 겪는 이들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무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