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지난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발견된 구멍이 누군가 고의로 뚫은 ‘사보타주(파괴 행위)’일 수 있다고 4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 때문에 ISS 내 우주인과 우주선을 제작한 지상 기술진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다. 앞서 전문가들은 발견된 구멍이 작은 운석 또는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로 생긴 구멍으로 추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9일. ISS 내 우주인들은 정거장 내 기압이 떨어지는 것을 알아채고 즉시 수색 작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우주정거장과 도킹한 러시아의 ‘소유스 MS-09’에서 지름 2㎜의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소유스 MS-09는 6월 러시아에서 우주인 3명을 태우고 온 우주선이다.

구멍을 발견한 유럽우주국(ESA) 소속 우주비행사인 알렉산더 게르스트는 즉시 자신의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았다. 이후 다른 동료들이 고무마개 등으로 구멍을 메웠다. 조기에 구멍을 발견하고 조처를 한 덕에 체류 우주인들이 지구로 복귀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만약 미리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18일 안에 ISS 내 모든 공기가 떨어지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뻔했다고 러시아 관계자는 전했다.

구멍이 발견된 우주선 ‘소유스 MS-09(빨간 원)’는 6월 러시아에서 발사됐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해 있다. 우주정거장에는 선장을 포함해 미국인 3명, 러시아인 2명, 독일인 1명 등 총 6명이 체류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이 구멍이 ISS에 체류하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뚫은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연방우주청장은 "선체를 드릴로 뚫으려 한 흔적을 발견했다. 구멍은 명백히 선체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며 "(처음에 제기됐던) 외부 운석 충돌설은 배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작은 운석 조각이나 우주 쓰레기가 ISS에 충돌해 만들어진 구멍일 수 있다고 말했다. ISS에서 1년여간 우주 체류 임무를 수행했던 미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31일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초소형 운석과의 충돌로 생긴 일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 와중에 로고진 청장은 지상에서 구멍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우주선을 제작한 러시아 업체 ‘에너지아’를 언급하며 "(발견된 구멍의 원인이) 우발적 결함인지 고의적 손상인지, 또는 구멍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ISS 내 우주인뿐 아니라 우주선을 제작한 업체 모두 용의선상에 올린 것이다.

2018년 8월 29일 지름 2㎜의 구멍(왼쪽)이 발견된 국제우주정거장(오른쪽).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선체 내부에서 드릴로 구멍을 뚫으려 한 흔적을 발견했다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선체에 구멍을 뚫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ISS 내부에서 누군가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었다면 심리적 원인일 수 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출신인 막심 수라예프는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구로 일찍 귀환하고 싶은 누군가가 심리적 불안감에 따라 저지른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직 우주산업 엔지니어인 알렉산더 젤레즈니야코프는 무중력 상태의 선체 안에서 구멍을 뚫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선체에 구멍이 생긴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SS에는 선장을 포함해 미국인 3명, 러시아인 2명, 독일인 1명 등 총 6명이 체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