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JD.com)의 류창둥(劉强東·45) 창업자 겸 회장이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흙수저’ 출신으로 성공 신화를 이뤄낸 류 회장은 국제적 성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징둥닷컴은 1998년 류 회장이 세운 1인 전자제품 판매업체에서 시작됐다. 미 포브스 집계 기준, 현재 류 회장의 순자산은 75억달러(약 8조3700억원)로, 2018년 세계 부호 순위 140위에 올랐다. 징둥닷컴은 알파벳 자회사 구글, 중국 텐센트 등과 손잡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으나, 최근 ‘오너의 성추문’이란 난기류를 만났다.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이 2017년 9월 10일 미 CNBC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류 회장은 현재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류 회장은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부적절한 성적 행위(sexual misconduct)’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다음 날 풀려났다. 당시 류 회장은 미 미네소타대학의 박사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류 회장은 이후 중국으로 귀국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징둥닷컴은 지난 3일 공식 성명을 내고 류 회장의 혐의는 근거가 없으며, 이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류 회장의 성폭행 혐의(suspicion of rape)에 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류 회장의 신변이 징둥닷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형 기업가 류창둥

류창둥은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그는 1974년 장쑤(江蘇)성 쑤첸(宿遷)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류창둥의 부모는 징항 대운하에서 조각배로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다.

류창둥과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은 바쁜 부모를 대신해 외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류창둥은 후에 어릴 적 너무 가난해 1년에 한두 번만 고기를 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외할머니는 정육점 주인에게 땅콩을 주면서 지방이 많은 부위를 달라고 부탁했다. 살코기보다 지방이 많은 고기가 손주들의 배를 더 오래 불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창둥은 가난 속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류창둥의 부모는 그가 공무원이 되길 바랐고, 그도 부모의 뜻에 따라 중국 명문대인 인민대의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류창둥을 위해 가난한 마을의 모든 이웃들이 마음을 모았다. 류창둥은 후에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 마을 주민들은 나를 위해 매우 귀한 것을 내줬다. 그들이 건넨 계란 76개와 500위안(약 8만원)으로 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이 1998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 연 전자제품 판매업체 ‘징둥멀티미디어’.

대학 시절 류창둥은 컴퓨터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대부분의 여가 시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그는 대학생 재학 중 첫 창업을 했다. 가족 대출로 20만위안(약 3200만원)을 빌려 식당을 차렸지만, 몇 달 만에 큰 손실을 보고 문을 닫았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류창둥은 공무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유한 집안의 다른 친구들처럼 유학을 갈 수도 없었다. 그동안 그를 길러준 외할머니의 병세가 심해졌고, 빚 독촉에도 시달렸다. 결국 그는 일본계 건강제품 업체인 일본생명에 입사했다. 그는 그곳에서 2년 간 일하며 빚을 다 갚은 뒤 퇴사했다.

류창둥의 수중에 있는 돈은 1만2000위안(약 195만원) 뿐이었다. 그는 1998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 전자제품 판매업체 ‘징둥멀티미디어’를 세웠다. 그는 이 사업에서 첫 성공을 맛봤다. 5년 만에 지점은 12개로 늘었고, 연 매출은 1000만위안(약 16억원)에 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류창둥은 온라인 사업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생각을 바꾼 건 2002~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사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3년 사스로 숨진 사람은 300명을 넘어섰다. 호흡기를 통한 사스 전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판매업체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 온라인 사업 집중…고속 성장한 징둥닷컴

류창둥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매장 문을 닫고 직원들과 함께 쌓여가는 재고를 처분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직원이 제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 거래를 이용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아 전염병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류창둥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게시판에 이벤트를 공지한 뒤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저가’ 전략을 내세운 결과, 쌓인 재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류창둥은 오프라인 사업을 접고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는 2004년 첫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열었고, 같은 해 말 징둥닷컴을 설립했다. 사업이 처음부터 성장세를 보인 건 아니었다. 2005년 오프라인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뒤 징둥닷컴의 매출은 전년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 등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던 때였다.

그러나 류창둥은 흔들리지 않고 새 사업에 집중했다. 류창둥은 사업 초기부터 ‘짝퉁 유통 불가’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품질이 인증된 진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아울러 이를 빠르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배송하기 위해 자체 물류 시스템도 구축했다. 류창둥은 후에 "나는 한 분야에 집중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선택이 옳았단 것이 증명됐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 간 징둥닷컴은 연평균 300% 이상씩 성장했다.

2014년 5월 22일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이 나스닥 상장 기념 행사에서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징둥닷컴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중국 IT기업 텐센트는 2014년 징둥닷컴의 대주주가 됐다. 텐센트는 징둥닷컴의 지분 15%을 인수하며 텐센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QQ왕꼬우와 개인 간(C2C) 전자상거래 플랫폼 페이파이을 징둥닷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직후, 2014년 5월 징둥닷컴은 창립 7년 만에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애널리스트인 바네사 쳉은 "징둥닷컴이 알리바바보다 기업공개(IPO)에 앞선 건 현명한 조치였다. 이는 징둥닷컴이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도록 했고, 징둥닷컴은 나스닥 기업가치를 통해 중국 3위의 IT 기업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징둥닷컴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텐센트에 이어 2016년에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의 투자를 유치했다. 월마트의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이하뎬(一號店)도 징둥닷컴의 자회사가 됐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징둥닷컴에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를 투자했다. 구글과 징둥닷컴은 협력을 통해 동남아시아·미국·유럽으로 시장을 넓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와 물류 관리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 막대한 부(富)에 미모의 아내까지…‘성추문’ 타격 입을까

징둥닷컴의 성장과 함께 류창둥도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4일을 기준으로 류창둥의 순자산은 75억달러(약 8조3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류창둥은 2017년 아시아 부호 17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전 세계 부호 순위 140위를 기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징둥닷컴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58.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점유율(16.3%)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의 아내 장쩌톈이 ‘밀크티녀’로 유명세를 타게 된 사진.

류창둥은 미모의 아내 장쩌톈(章澤天)과의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장쩌톈은 2009년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교실에서 밀크티를 들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며 ‘밀크티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체조선수였던 장쩌톈은 밀려드는 캐스팅 제의를 뿌리치고 중국 명문인 칭화대에 입학했다. 장쩌톈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미국 유학길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경험하며 촉망받는 프로그래머가 됐다.

류창둥과 장쩌톈은 2014년 두 사람이 유학 생활을 하던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만났다. 류창둥은 당시 첫번째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19세 나이차를 극복하고 2015년 결혼했고, 2016년 딸을 얻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여러 기업에 대한 투자로 장쩌톈의 순자산은 116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그는 2017년 중국 경제지 뉴 포춘이 선정한 ‘중국의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최근까지도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등 애정을 과시해왔다.

류창둥(왼쪽) 징둥닷컴 회장과 그의 아내 장쩌톈. 오른쪽 사진은 류창둥 회장의 가족 사진.

그러나 류창둥의 성추문으로 모든 것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따르면 류창둥은 지난 달 31일 오후 11시 32분 ‘부적절한 성적 행위(criminal sexual conduct)’ 혐의로 체포된 뒤 다음 날 오후 4시 5분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류창둥은 이후 중국으로 돌아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징둥닷컴은 이달 3일 성명을 통해 류창둥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하루 만인 4일 WSJ은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류창둥의 ‘성폭행’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 과정에 참여 중이던 류창둥은 미네소타 경영대학원이 제공한 숙소에서 중국 출신 여학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검찰은 "경찰로부터 아직 관련 조사 자료를 받지 못했지만 상황에 따라 기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류창둥은 최고 30년형이 가능한 강간 혐의로 체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8월 31일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이 미 미네소타대학에서 경찰에 체포된 모습.

류창둥의 스캔들이 징둥닷컴의 고속 성장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중국 자산운용사인 퍼스트시프론트펀드의 양더룽 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징둥닷컴 주가가 25% 넘게 하락한 상황에서 이번 스캔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전자상거래 시장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 자체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