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에서 또한번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정치권, 여론의 십자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5년전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던 불산 유출 사고 이후 삼성전자의 사업장 안전체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4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1층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 누출로 20대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에서 이산화탄소 유출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 경기 수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에서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살포돼 50대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끊임없는 사건사고에 시달려왔다.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2013년 5월에도 배관철거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3명이 배관 밖으로 흘러나온 잔류 불산에 노출돼 부상을 당했다. 2015년 11월 기흥사업장에서는 황산 공급장치 배관 교체작업 중 황산이 유출돼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얼굴과 목 등에 1∼2도 화상을 입었다.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라는 평택 공장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3월 고덕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변전설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365일 24시간 쉴틈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은 피해가 크다.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정전 사고로 발생한 피해규모가 500억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화재, 부상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삼성전자에 대해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안전감시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사고로 글로벌 기업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인명사고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출범한 '안전감시단' 도입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안전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감시단은 건설업계에선 운용되고 있는 일반화 제도로, 사업장 내 협력사 작업자들의 복장, 음주, 흡연 등 현장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별도의 조직을 말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 재해예방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발족한 삼성옴부즈만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논란도 있다. 현재 옴부즈만위원회는 작업장 내 안전사고 예방보다는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질병 및 재해 예방 활동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삼성 반도체 사업장 내 안전성 강화가 옴부즈만위원회의 설립 취지인만큼 더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5일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5일 경기도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며 안전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을 다짐했다. 김 사장은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다시는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사업장이 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