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반침하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D아파트 단지 주변 땅이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서울 금천구청은 지반침하 이후 사흘째 집 밖에서 숙식하는 주민들에게 "자택 입주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금천구청은 이날 통합지원본부가 마련된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계측기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지반이 기울지 않았고 이상징후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전문가들도 ‘지반이 안정된 상태’라는 견해이기 때문에 피해 주민들의 자택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천구청은 한국지방공학회에 의뢰, 다음달 말까지 정밀안전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금천구청 측은 "오는 5일까지 토사를 채워놓는 임시 복구작업을 완료할 것"이라면서 "오는 3~4일 이틀간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복구 시점은 하루 이틀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금천구청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서 일부 주민은 "(구청이)하고 싶은 말만 할 거면 왜 왔느냐" "이 집을 내놓으면 누가 사겠느냐"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D아파트 인재사고 피해보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피한 주민 80% 가량은 현재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한동훈 인재사고 피해보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구청이 사고 난지 불과 사흘 만에 ‘문제 없으니 입주하라’고 하는데, 정말로 안전한 것인지 주민 입장에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서울에 비가 또 내린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지반침하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6분쯤 D아파트 인근 대우건설 오피스텔 공사현장 흙막이 시설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반침하 규모는 가로 30m, 세로 10m~13m, 깊이 6m다. D아파트 주민 박모(63)씨는 "뭐가 막 무너지는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보니 우리 집 바로 앞이었다"며 "한밤중에 공사하다 뭘 폭파시키나 싶을 만큼 소리가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이 아파트에 사는 76가구 주민 176명을 대피시켰다. 공사장 축대가 무너지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 내려앉아 차량 4대가 견인됐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 2명, 서울시 2명, 금천구 3명 합동으로 구조·지반 전문 자문단이 투입됐다. 이들이 아파트 113동에 설치된 계측기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부터 D아파트 근처에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당사 현장 흙막이 벽체 붕괴사고로 인한 사고 발생 책임을 인정한다. 주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로 귀가하지 못하고 계신 주민 분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