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아파트 ‘6m 땅 꺼짐’ 날벼락 - 31일 오전 4시 38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의 지반이 붕괴해 인근 오피스텔 공사장의 축대가 무너지고 나무뿌리가 뽑혀 널브러져 있다. 이날 꺼진 땅은 가로 30m, 세로 10여m, 깊이는 6m에 달했다. 금천구청은 “초기 안전 진단 결과, 아파트 단지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으나 주민들은 “예견된 참사”라며 반발했다.

3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과 도로가 6m가량 내려앉아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10여m 떨어진 오피스텔 공사장 축대(築臺)가 무너지면서 아파트 쪽 지반이 붕괴됐다.

금천구청은 "초기 안전진단 결과, 아파트 건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10일 전 구청에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이 묵살했다"고 반발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4시 38분쯤 일어났다.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공사장 사이의 가로 30m, 세로 10~13m 직사각형 모양의 땅이 6m 아래로 꺼졌다. 아파트 담장이 무너지고 지상 주차장 일부도 내려앉아 차량 4대가 피해를 봤다. 주민 강모(51)씨는 "천둥소리처럼 굉음이 들려 창밖을 보니 공사장 가림막이 무너지고 있어 구청에 신고했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땅이 꺼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1개 동 출입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인근 주민센터, 경로당으로 대피시켰다. 주민 오모(59)씨는 "오전 7시쯤 소방관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빨리 집에서 나오라고 해서 옷도 못 챙기고 나왔다"고 했다. 주민 김용식(38)씨는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어서 출근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안 어린이집도 이날부터 임시 휴원했다.

아파트 옆에서는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1월 공사를 시작해 땅을 17m 깊이까지 파낸 상태였다. 금천구청 의뢰로 안전 진단에 참가했던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해 설치한 흙막이벽이 무너지면서 흙이 유출됐고 도로와 아파트 주차장 쪽 지반이 내려앉았다"고 했다. 지하수가 빠져나가 생긴 공간 때문에 지반이 무너지는 싱크홀(sink hole)은 아니라는 것이다.

31일 지반이 붕괴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의 지상 주차장에 차량 두 대가 위태롭게 주차돼 있다. 이날 오전 4시 38분 인근 오피스텔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아파트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다. 놀란 주민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7일부터 31일 오전 6시까지 서울 금천구에는 148.5㎜의 비가 내렸다. 폭우가 지반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공사 기록 등을 확인하고 정밀 진단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밀 안전진단은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출입 통제된 아파트에 주민들이 다시 들어가도 될지는 사고 후 24시간 동안 점검 결과를 확인한 후 9월 1일 오전 결정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날 "구청이 늑장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부터 도로와 주차장에 균열이 나타났고 '쿵' 하는 소리가 수시로 들렸다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1일 '주차장 지반 갈라짐과 관련해 침하가 우려되니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민원을 구청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이 민원은 9일이 지난 30일에야 담당 부서인 건축과에 전달됐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우편으로 온 민원이 환경과로 접수됐고, 건축과 문서함에 전달했지만 확인이 늦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직무유기"라며 조사를 요구했다.

오피스텔 시공사 측은 이날부터 무너진 축대에 대해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보강 공사를 제외하고는 정밀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정밀 진단 결과, 아파트에 피해가 드러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공사 인허가부터 사고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겠다"고 했다.

아파트 옆 대형 공사로 지반이 무너진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2015년 서울 강동구 한 대형 교회 신축 공사 도중 지하수가 인근 아파트 쪽으로 유출돼 지반이 무너졌다. 정밀 진단 결과, 7층 높이 아파트가 20㎝가량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주민들은 교회 건물 시공사로부터 피해 보상과 이사 비용으로 가구당 6000만원씩 받았다. 안전진단 직후 사용 정지 명령이 내려졌던 이 아파트는 9개월간 보강 공사를 해 재입주가 허가됐다.